미국대표팀 가드 안드레 밀러(1m88.왼쪽)가 레이업슛을 시도하자 중국대표팀의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2m26.오른쪽)이 블록슛을 시도하고 있다. 오클랜드AP연합
‘걸어다니는 만리장성’ 야오밍(2m26)이 미국 코트를 첫 경험했다.
중국 농구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야오밍은 23일 미국 오클랜드에서 열린 중국과 미국의 농구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34분을 뛰며 13득점 11리바운드 6블록슛을 기록했다.
승부는 미국대표팀이 84-54로 30점차 압승. 세계 최고임을 뽐내는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로 구성된 미국 드림팀이 ‘아시아 농구지존’을 상대로 한마디로 한 수 지도하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60점차, 2000시드니올림픽에서 47점차가 났던 것을 감안하면 격차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셈.
이날 경기는 승패와 상관없이 올 6월 NBA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받은 휴스턴 로키츠 신입생 야오밍의 활약 여부에 온 관심이 쏠렸다.
이날 관중은 NBA 빅게임 때처럼 1만9873명이 꽉 들어서 매진사례. 관중 대부분이 오히려 중국팀을 응원해 야오밍이 NBA 흥행카드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야오밍은 이날 12개의 야투 중 5개를 성공시켰다.
3점슛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골대에서 3.5m 떨어진 곳에서 순간 돌아서며 던지는 턴어라운드슛은 NBA 선수들로서도 속수무책이었다.
큰 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체중(135㎏), 게다가 미국선수들에 비해 상체가 약해 골 밑에서 무력할 것이라는 우려도 기우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
NBA에서 힘 좀 쓴다는 안토니오 데이비스, 벤 월러스 등 센터들이 그를 골 밑에서 몰아내려 했지만 좀처럼 밀려나지 않았다. 마이크 핀리는 경기 후 “그는 대우받을 만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경기 직전 “여기는 우리무대다. 혼을 좀 내주겠다”고 공언한 지난 시즌 정규리그 리바운드왕 월러스(2m6)는 경기 도중 점프하다가 야오밍 위로 떨어져 무동을 타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야오밍도 오른손에 작은 부상을 당하는 등 자존심 싸움이 대단했다.
야오밍은 아직 구단과 정식계약은 체결하지 않았지만 전체 2순위로 시카고 불스와 계약한 제이 윌리엄스가 3년에 918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보아 같은 기간에 1000만달러가 넘어갈 것은 분명하다.
돈을 받으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자동차를 사는 것’이라고 말한 야오밍은 ‘미국화’되고 있음을 뽐내기도 했다. “3일 동안 중국음식은 입에 대지도 않았고 스테이크가 가장 맘에 든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농구의 또 다른 기둥인 왕즈즈(2m16·댈러스 매버릭스)는 이날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동차편으로 5시간반을 달려 오클랜드로 왔으나 경기에 나서지는 않았다.
왕즈즈는 30일부터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준비를 위해 7월 중국으로 건너오라는 중국농구협회의 지시를 거부하고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러 불화를 빚었다.
그러나 왕즈즈가 직접 현장에 찾아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자 중국농구협회가 태도 변화를 보였다.
경기 직후 중국농구협회 광루빈 사무차장은 “왕즈즈가 세계선수권대회에 뛸 준비가 돼있다”고 자국 기자들에게 말해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미국은 역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 번 우승했고 중국은 최고성적이 8위. 아시아 국가 가운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것은 필리핀으로 54년 대회 때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70년 11위가 최고 성적이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