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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사설]이 기막힌 모럴 해저드

입력 | 2002-08-23 18:45:00


국세청이 공개한 일부 부유층의 아파트 투기사례가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집없는 서민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값 앞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사이에 이들은 최고 수십채씩 아파트를 사들였다. 서울 강남 지역을 진원지로 한 이번 ‘투기잔치’에서 이들은 엄청난 돈을 챙겼을 것이다. 이들은 속으로 ‘돈은 이렇게 버는 거야’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이들이 세무당국에 신고한 소득액수는 터무니없이 적었다. 아파트만 10채를 사들인 어느 변호사 의사 부부의 연간 합산 소득은 800만원에 불과했다. 이들이 아파트 사재기 과정에서 탈세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가능성은 불성실한 신고 소득액수가 나타내주듯이 매우 높다.

최근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부유층 인사들의 훈훈한 미담이 이어져 감동을 주고 있다. 이와 반대로 이번처럼 돈벌이에 수단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국민의 의무는 저버린 일부 부유층의 일그러진 모습에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비좁은 우리 국토에서 아파트는 국가적인 공공재가 아닐 수 없다. 아울러 아파트는 인간적 삶을 위한 최소한의 터전이므로 이에 대한 투기는 죄악이나 다름없다. 이들의 투기 행위에 대해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국세청은 일시적 조사에 그칠 일이 아니라 평소에도 이 같은 불로소득을 찾아내는 데 앞장서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법을 지키며 정부가 내라는 세금을 꼬박꼬박 납부해온 대다수 국민의 절망감이 아닐 수 없다. 서민들은 현실적으로 강남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꿈을 접을 수밖에 없다. 강남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평범한 근로자들이 평생 월급을 다 모아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투기가 이들의 꿈을 더욱 먼 거리로 밀어내고 말았다.

다른 계층보다 우월적 위치에 있는 부유층은 어느 때보다 납세 등 사회적 의무와 함께 최소한의 도덕성을 요구받고 있다. 부의 축적 과정에서 누구 앞에서도 떳떳하고 당당한 부유층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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