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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러 정상회담]푸틴 "개방 나서라" 김정일 설득

입력 | 2002-08-23 18:45:00

러시아를 방문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3일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쇼핑센터를 방문해 도자기를 선물한 뒤 쇼핑센터 운영 책임자와 악수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AFP연합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3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와 북-러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 것은 국제질서 편입 및 경제난 타개 필요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제한적이나마 경제개혁을 시도하고 있는 북한의 변화를 반영하듯 이번 방문은 경제현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올해로 시장경제 개혁 10년을 맞은 러시아의 상황을 직접 보고 참고로 삼는 한편 북한의 대(對)러시아 무역에서 70%의 비중을 차지하는 극동 지역과의 경제협력을 노리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방문과 달리 안보와 군사 문제보다 경제현안을 우선시하는 김 위원장의 태도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김 위원장은 태평양함대 사령부 방문과 미사일 순양함인 마샬샤포스니코프 승선 계획을 취소했다. 대신 항만시설과 쇼핑센터, 제빵공장, 제약공장, 케이블공장 방문 등 경제 관련 일정은 빼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극동지역 지도자들과의 면담에서도 경제 문제를 주로 논의했다. 세르게이 다리킨 연해주지사는 “김 위원장이 외국의 경제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도 가장 큰 의제는 경제협력, 그 중에서도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 사업이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를 최우선 의제로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철도연결 사업이 북-러 경제협력의 테두리 안에서 실현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여 그동안 부진했던 이 사업의 진행이 앞으로 얼마나 구체화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양 정상은 남북문제를 포함, 국제관계에 대해서도 깊은 얘기를 나눴다. 푸틴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후 “김 위원장이 남북 대화 재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다”며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대화 및 북-일, 북-미 대화 재개를 앞두고 러시아와 대외정책을 조율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크렘린 사정에 밝은 한 외교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등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친(親) 서방정책을 계속하고 있는 배경까지 설명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외개방에 나서라’고 김 위원장에게 권고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