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나라당(오른쪽)과 민주당 의원들이 서로 상대방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다. - 박경모기자
2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병풍(兵風)과 관련해 △김대업(金大業)씨 관련 정부자료 검증 및 증인 채택 문제 △검찰 인사 문제 등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간의 설전이 벌어졌다.
오전 오후로 나눠 약 3시간반 동안 열린 회의는 민주당이 27회, 한나라당이 19회 등 총 46회의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바람에 정책질의도 못한 채 오후 4시50분경 정회됐다가 속개되지 못했다.
▽김대업씨 공방〓민주당 의원들은 ‘김대업씨 불법 출정 및 공무원 사칭 문제’란 안건 자체를 문제삼았다. 추미애(秋美愛) 의원은 “저런 제목은 한나라당 내부 의제지, 국회 차원의 의제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경재(金景梓)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22일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김씨의 접견자료에 대한 문서검증을 요구한 것은 관련 국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최병국(崔炳國) 의원은 “수감자인 김대업씨가 1년 동안 149회나 불법 출정해 수사관 행세를 했다는데 말이 되느냐”며 “그 경위를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같은 당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법무부장관과 서울구치소장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김씨 관련자료의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왜 정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눈 감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같은 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지금의 병역비리 의혹이 97년 대선 때와 다른 점은 전과 7범의 파렴치범인 김대업씨가 등장했다는 것뿐이다”고 말했고, 백승홍(白承弘) 의원은 “국민은 병풍 수사가 민주당 공작조와 정치검찰이 앞장 선 공작으로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김대업씨가 그렇게 문제라면, 당사자를 증인 자격으로 불러 직접 따지자”고 주장했고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은 “인간 쓰레기보다 못한 사람을 신성한 법사위에 데려와 사기 경연을 하자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검찰 인사 논란〓홍준표 의원은 “병역비리 수사를 관할하는 서울지검 3차장 검사인 정모씨는 특별수사 경험이 없는 공안전문가인데도,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의 단국대 인맥 핵심이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전처와도 인척관계란 이유로 발탁됐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번 검찰 인사는 병역비리 은폐 공작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그렇다면 병역비리 수사를 총괄하는 서울지검장이 (이회창 후보와 같은) 경기고 출신인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검찰 일부 인맥은 수사 상황을 한나라당에 제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홍 의원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