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막된 지구정상회의 개막 축하공연에서 어린이들이 대형 지구 모형 밑에 둘러서서 손을 잡고 노래하고 있다. - 요하네스버그AP연합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WSSD·지구정상회의)’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26일 개막됐다. 106개국의 국가수반을 포함해 189개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와 비정부기구(NGO)의 대표단 6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음달 4일까지 계속될 이번 회의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회의 이후 10년 만에 열리는 사상 최대의 환경회의. ‘지구를 구할 마지막 기회’로 일컬어지는 이번 회의는 그러나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구체적 행동안에 대한 합의 도출 전망이 불투명하다. 빈국과 부국, 유럽과 미국 사이에 가로놓인 인식의 차이가 워낙 커 폐막일에 채택할 ‘정상회의 선언문’의 핵심 내용 30% 정도가 합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장 밖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반(反)세계화 단체들이 시위를 벌였고 남아공 정부는 8000여명의 경찰과 군병력을 동원해 경비를 강화했다. 관계자들은 회의 기간 중 8개 이상의 대규모 시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의 ‘행동계획’ 초안 마련 단계에서 결론 도출에 진통을 겪고 있는 주요 이슈는 다음과 같다. 》
▽빈곤과 불평등〓빈곤은 기아 질병 인신매매 종족갈등 등 거의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이다. 세계 28억명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며 전세계 인구의 30% 정도는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전체 재화의 80%를 상위 15%가 소유하고 있고 그나마 선진국에 집중돼 있다. 빈국들은 선진국이 공적 개발원조를 국민총생산(GDP)의 0.7%까지 확대해서 최빈국들을 지원하고 부채도 탕감해주기를 바라고 있으나 선진국들이 이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식수 공급〓지난 50년간 세계 인구는 2배 늘었지만 물 사용량은 6배나 증가해 세계 인구의 40%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25년에는 세계 인구 중 3분의 2가 물 부족 국가에 살게 된다. 안전한 식수가 부족해 고통받고 있는 25억명을 2015년까지 반으로 줄이는 데 합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에너지〓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는 전체 에너지의 80%를 공급하고 있으며 탄소 방출량은 지난 50년간 4배로 증가해 매년 60억t이 배출된다.
에너지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2015년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 비율을 최소한 15%로 높이는 계획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특히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4%를 차지하는 미국이 지난해 3월 교토(京都)의정서에서 탈퇴한 데 대해 비난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기타, 그리고 미국〓이와 함께 ‘환경적으로 유해하고 무역구조를 왜곡하는’ 각종 보조금 축소, 환경을 근거로 한 수입금지, 2010년까지 생물학적 다양성 감소비율을 늦추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각국의 이견이 팽팽하다.
이번 회의는 무엇보다도 경제대국이자 최대 오염 유발국인 미국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구체적인 합의 없이 논의만 무성한 채 끝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