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과 관련한 교육인적자원부의 내부 공문서를 한나라당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성동(金成東·사진) 전 한국교육평가원장에 대해 경찰청이 집중 수사에 나선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이번 수사는 청와대의 하명(下命) 사건을 처리하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맡고 있으며, 공문서 유출 혐의 외에도 김 전 원장의 개인 비리 혐의까지 파헤치고 있어 표적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전 원장은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23일 소속 기관인 국무총리실 인문사회연구회에 사표를 내 당일 수리됐다.
경찰청은 “6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로부터 당시 김 원장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 및 개인비리 첩보를 넘겨받아 특수수사과가 내사하고 있다”며 “이와는 별도로 경찰청이 자체 입수한 김 전 원장의 개인 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의 개인비리 혐의는 인사와 예산에 관련된 것으로 사실 관계를 확인해 혐의가 인정되면 입건할 방침”이라며 “김 전 원장의 비리 혐의와 관련해 이미 평가원 관계자 4명을 소환해 참고인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은 근현대사 교과서가 현 정부에 편향적으로 기술됐다는 보도가 나온 7월29일 교육부 담당부서가 보도경위, 조치계획 등을 이상주(李相周) 교육부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만든 A4용지 3쪽짜리 내부보고서를 한나라당 교육수석전문위원에게 팩스로 보냈다.
이 사실이 알려진 뒤 국무총리실은 김 전 원장이 문서를 유출하게 된 경위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위배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고 정부와 청와대 등에서 그의 자진 사퇴를 권유했으나 응하지 않자 경찰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표적수사라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로부터 공직자 비리 등 범죄 첩보를 넘겨받으면 특수수사과나 각 지방청에 할당해 처리한다”며 “이번 수사도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첩보를 넘겨받아 내사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김정숙(金貞淑) 의원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근현대사 교과서 파문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교육과정평가원 실무자가 한나라당에 해명서를 팩스로 전해준 일밖에 없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