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철인경기에 참가해 완주한 김홍규씨 - 속초=경인수기자
“젊은이라면 반드시 한번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운동입니다.”
25일 강원 속초시 청초호 ‘2002 아이언맨 코리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대회’ 결승점. 이날 오전 7시부터 치러진 대회에서 16시간 21분 14초의 기록으로 오후 11시20분이 넘어 결승점을 도착한 70대 고령의 김홍규(金弘規·75·서울 관악구 봉천동)씨가 참가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수영 3.8㎞, 사이클 180㎞, 마라톤 42.2㎞를 동시에 치러내는 이번 대회에는 일본 호주 캐나다 등 18개국에서 827명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참가자는 김씨를 포함해 700여명. 참가자들의 가족 1000여명은 이날 자정까지 결승점을 지키며 ‘인간승리’를 이뤄낸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김씨가 철인경기에 참가한 것은 84년부터. 17세 때부터 권투로 몸을 다진 그는 그동안 수영 2㎞, 사이클 60㎞, 마라톤 20㎞의 철인경기 하프코스를 달리며 신체를 단련한 뒤 이번에는 완주코스에 도전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평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하는 김씨는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보는 철인경기는 정말 매력이 있는 운동이며 80세까지 대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홍광의(洪光義·46·언론인·광주 북구 신안동) 조현임(曺賢任·44)씨 부부는 15시간 45분만인 이날 오후 10시45분에 손을 잡고 나란히 결승점을 통과했다.
남편 홍씨는 사이클 경기 도중 넘어져 어깨가 탈골됐으나 붕대로 감고 부인 조씨의 격려를 받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지난 2년 동안 이 대회를 위해 피나는 훈련을 했는데 너무 억울해서 도중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광주 부부철인클럽의 회장을 맡고 있는 홍씨는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신념을 자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부부가 같이 운동을 시작했다”며 “부부가 함께 극한 훈련을 하다보니 부부간 금실이 더욱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레이나드 티싱크(28)가 8시간 50분 06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또 정신지체 2급의 배형진군(19)과 시각장애 일본인 카메이 켄지(47) 등도 참가해 보는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속초〓경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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