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말부터 도입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기존 인덱스펀드의 장점에다 주식투자의 장점을 가미해 무한한 개발 가능성과 다양한 이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일 증권거래소가 주최한 ‘ETFs 국제세미나’에서는 ETF 국내 운용사인 삼성투신운용과 LG투신운용, 각각 두 회사의 해외 자문사인 BGI 및 SSgA 관계자들이 나와 이 상품의 구조와 투자방법, 해외동향 등에 대해 발표했다.
▽무한한 개발 가능성〓9월 도입되는 상품은 코스피200지수와 코스피50지수에 대해 두 회사가 각각 하나씩 모두 4개. 시장이 확대되면 외국처럼 더욱 다양한 형태의 ETF가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는 세계지역별 섹터별 시장규모별 스타일별 자산유형별 등으로 다양한 ETF가 있다. 어떤 기준이건 주식들을 하나로 묶으면 지수화가 가능하고 이 지수를 그대로 따라다니는 ETF가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무한한 개발 가능성 때문에 1993년 5억달러로 시작한 국제 ETF 시장은 2001년 1032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2002년 6월 말 현재는 238개 펀드에 1206억달러가 설정돼 있다.
ETF는 인덱스펀드나 주식 현물과 달리 공매도를 할 수 있다. 즉 지수가 내려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2000년 1·4분기(1∼3월)를 정점으로 미국의 나스닥지수가 내림세를 나타냈지만 나스닥지수를 추적하는 ETF의 자산은 한동안 늘어났다. 또 2002년 6월 현재 미국 증시의 뮤추얼펀드에서 180억달러가 빠져 나갔지만 ETF에는 오히려 40억달러가 들어왔다.
▽다양한 이용 가능성〓개인투자자나 기관투자가 모두에게 유용한 투자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개인투자자가 삼성투신운용이 운용하는 코덱스200이나 LG투신운용이 운용하는 코세프200을 100만원어치만 사더라도 한국 거래소에 상장된 우량 200종목을 모두 조금씩 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선 투자자는 200개 종목의 산업 및 종목에 대해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시장 평균의 위험만 감수하면 된다. 주식에 투자하면 시장 전체의 위험뿐 아니라 자신이 산 종목의 값이 내릴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증권거래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거래비용도 싸다. 해외투자도 쉽다. 원하는 나라의 특정 부류 주식의 지수를 따라가는 ETF를 사면 되기 때문이다.
BGI의 북아시아 지역 담당인 조지프 호씨는 “기관투자가들에게 ETF는 투자대상이기보다는 투자를 더 잘 할 수 있는 도구”라고 말했다.
자금이 많은 기관투자가는 현물이나 선물 옵션지수 등과 ETF를 연계한 차익거래 헤지거래 등을 통해 이익을 남기거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등 빠르고 쉽게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섬유업종과 전자업종 주식을 다량으로 가지고 있는 기관투자가가 향후 전자산업 업황이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할 경우 ETF가 없으면 전자업종 주식을 주식시장에 내다 파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전자업종지수 ETF를 공매도하고 그 대신 보유 주식을 ETF로 바꾸어 결제하면 일은 간단히 끝난다.
SSgA 아시아지역 투자담당 임원인 저스틴 파스코는 “펀드 수익률이 해당 지수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어느 펀드보다 투명한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