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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내친구]라켓볼 매니아 황경윤씨

입력 | 2002-08-27 17:54:00

세계라켓볼선수권대회에서 8위를 차지한 황경윤(오른쪽)씨가 전진해서 볼을 받아치고 있다. /김동주 zoo@donga.com


황경윤(23·고려대 교육대학원)씨. 그는 어엿한 국가대표 선수다. 종목은 다름아닌 라켓볼. 자그마한 라켓을 들고 고무공으로 4개의 벽면과 바닥 천장 등 6면을 튀기며 승부를 가리는 그 스포츠다. 물론 라켓볼이 아시아경기대회 종목에 없어 대한체육회에 등록된 정식선수는 아니다. 황씨는 최근 타고난 성실성 덕택에 ‘대형사고’를 쳤다.

지난 11일 푸에르토리코 산후앙에서 열린 제11회 세계라켓볼선수권대회에서 김민주(24·광혜병원)씨와 짝을 지어 여자복식에서 한국선수 사상 첫 8강에 올랐다. 이른바 ‘골드 8’.

그동안 꿈의 16강으로 불리는 ‘골드 16’에도 단 한번 올라보지 못한 한국 라켓볼 역사에 새 장을 연 것. 지난 23일 그가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 서울 서초구민문화센터 라켓볼장을 찾았다.

‘팡팡’ 쉴 새 없이 튀는 공을 남녀 두 선수가 땀을 펄펄 흘리며 쫓아다니고 있었다.

‘파앙∼’ 황씨의 라켓에 맞은 볼이 순간 코트 바닥에 붙듯 낮게 깔려나갔다. 상대선수가 거의 다이빙하듯 몸을 내던지며 받아보려고 했지만 헛수고.

게임을 마치고 땀을 닦는 그에게 아까 그 기술이 뭐냐고 물어봤다. “아 그거요, ‘백핸드 다운 더라인 킬샷(backhand down the line killshot)’이예요. 그걸로 요번에 세계 8강에 올라갔지요.”

그의 은사이자 이날 경기 파트너였던 이상수 협회전무가 숨을 헉헉거리며 대신 설명해줬다. “백핸드로 각도를 잘 조정해 아주 낮게 깔리게 볼을 줘 상대가 도저히 받지 못하게 하는 거에요.”

이 전무에게 황씨의 장점을 말해달라고 하자 “워낙 열심인데다가 파워넘치는 서비스가 최고”란다.

1m70에 53㎏의 호리호리한 몸매이지만 순간 힘을 줘야할 때를 제대로 알고 있단다.

황씨가 라켓볼을 처음 접한 때는 대학 1년생이던 지난 97년. “여름방학 때 스포츠센터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라켓볼이 있더라고요. 신기해서 시작했는데 한번 해보니 재미있어 하루라도 안치면 몸이 근질근질해 매일 치게됐죠.” 요즘 그는 협회의 열화와 같은 부탁에 못이겨 강사로 나서 하루 서너시간씩 일반인 대상으로 강습도 한다.

황씨의 별명은 ‘황당구리’. 워낙 황당한 일을 잘 저지른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이번 세계선수권도 자비 150만원을 들여 다녀왔다.

하지만 그 ‘황당함’ 때문에 그동안 수영인명구조, 스포츠마사지, 라켓볼지도자, 생활체육지도자, 게이트볼지도자 자격증을 따냈다.

그의 1차 목표는 2004년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내는 것. 여기에 임용고시에 붙어 교사로 교단에 서는 것이다.

2008년까지 계획을 세워놨는데 지금까지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란다.

“라켓볼 잘 치는거와 교단에 서는게 당장 목표지만 이게 최종 목표는 아니에요, 저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너무 많아요.” 정말 욕심장이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라켓볼, 스쿼시와 달리 천장까지 반동이용

라켓볼하면 ‘스쿼시와 비슷한거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라켓을 이용해 벽에 공을 친다는 것 외에는 완전 별개의 종목이다. 스쿼시는 1800년대 영국에서 시작됐고 라켓볼은 1940년대 미국에서 생겨났다. 스쿼시가 천정을 사용할 수 없는 반면 라켓볼은 6면 모두 사용할 수 있다. 경기장 크기도 라켓볼이 조금 더 크다.

가장 큰 차이는 사용하는 공. 라켓볼은 테니스공보다 약간 작고 속이 비어 있다. 탄성이 좋은 고무공을 사용한다.어깨쯤에서 플로어에 떨어뜨리면 그대로 다시 올라올 정도. 반대로 탁구공만한 속이 꽉찬 스쿼시공은 탄성이 거의 없어 같은 방식으로 놓으면 툭 떨어져 바닥에서 구르기만 한다. 탄성이 좋다보니 라켓볼의 속도는 무척 빠르다. 평균 초속 30m(시속 108㎞). 경기장 길이가 12.2m, 폭이 6.1m이니까 1초안에 공이 앞뒤벽면을 왕복한다는 얘기다. 시간당 소모칼로리도 700㎉나 된다. 조깅(500㎉), 테니스(400㎉), 수영(600㎉)보다 더 힘들다.

현재 국내에는 87개의 라켓볼장이 있고 코트수는 231개나 된다. 동호인은 34만명 정도.

한국라켓볼협회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racquetball.or.kr/)에 접속하면 전국라켓볼장 소개와 연락처 등을 검색해볼 수 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