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법조계 현실 비판 등을 담은 본격 법정소설을 출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소설가’로 변신한 이 법조인은 대전과 인천지법 등에서 판사를 지내다 93년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임판(任判·연수원22기·사진) 변호사. 법조계를 소재로 삼은 300여쪽의 단행본 ‘그림자 새’(청어출판사)가 그의 첫 작품이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형사재판의 문제점을 지적해보고 싶었어요. 평소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재미도 느꼈죠. 그래도 법률활동 과정에서 느꼈던 재판제도의 불합리한 점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소설은 평범한 한 변호사가 강간사건으로 구속된 미성년자 3명의 변론을 맡게 된 뒤 자취를 감춘 결정적 증인을 찾아내 결국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아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열정적이고 정의감 넘치는 변호사로 탈바꿈한다는 내용은 일반적인 법정소설과 크게 다를 바 없지만 현행 형사재판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한 점이 눈길을 끈다. 판사와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얻은 생생한 경험이 이같은 문제의식에 힘을 불어넣은 원동력.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는 구속재판의 문제점, 무죄판결 내리기를 꺼리는 법원, 진실 규명보다는 성공사례금 등 돈에만 관심있는 변호사 등이 도마에 올랐다. 주인공은 ‘생존 걱정 앞에 변호사 윤리강령이 빈 깡통 소리처럼 들려왔다’고 탄식하기도 하고 ‘새끼줄에 달린 굴비처럼 묶인 수감자’들을 보면서 분노하기도 한다.
임 변호사는 “처음으로 소설을 쓴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누군가는 글을 통해 이런 문제들을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 소설이 더 나은 사법제도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