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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음식]日 규슈 오이타현, 복어요리 별천지로의 초대

입력 | 2002-08-28 17:28:00

일본에서도 싸고 맛있기로 이름난 규슈 오이타현의 특미 후구사시미(복어회). 복어내장을 간장에 으깨어 찍어먹는 것이 맛의 비결.


일본 규슈의 동북방의 오이타현. 일본을 크게 네 개의 큰 섬으로 나눌 때 가장 작은 섬 시코쿠와 마주한다. 활화산 아소의 거대한 산악이 지배하는 현의 지형. 대부분 산과 고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로 해안에 산다. 오이타와 벳푸시가 모두 쿠니사키(國東)반도의 벳푸만 해안에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평지가 귀한 탓일까. 공항 역시 반도 동편의 해안에 있다. 활주로 역시 바다를 메워 만들었다.

안내를 하던 아베 마수오씨(오이타현청 관광진흥과)는 “바닷가에 왔으니 바다맛을 봐야 하지 않느냐”면서 “복어를 먹어 봤습니까”라고 물었다. 물론이라고 대답하자 그는 “그러면 잘 왔습니다.”면서 “여기(오이타)는 복어회(후구사시미)로 유명한 곳이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날 저녁 함께 찾은 곳은 오이타 시내의 한 골목. 복어회 전문식당이 죽 들어선 곳이었다. 우스키우구와시 별관(097-5377098). 자그마한 실내의 방과 홀의 좌대는 손님들로 꽉 찼다. 사실 복어회는 구경해본 적도 없었다. 무지무지 비싸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 은근히 기대가 되었다. 복어회 세트를 주문하고 15분쯤 지나자 회를 담은 접시가 나왔다.

일본 최대의 온천타운 벳푸의 자랑거리인 지옥탕.오이타현(일본)〓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은은한 청자빛 큰 접시. 얇게 저며 베어낸 반투명한 복어살이 바닥에 포개어 붙어 있었다. 접시 한가운데는 살짝 데쳐 채친 카와(복어껍질)가 수북히 쌓여 있었고 그 주변을 네기(파)와 카보스(레몬종류)가 장식했다. 그런데 접시에 낯선 것이 있었다. 하얗고 보드라운 것이 복어 내장인 듯 했다. “‘기모’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도 여기서만 먹습니다. 혹시 독이 들어갈지 몰라서 타지에서는 먹지 못하게 한다고 합니다만.”

日 규슈 오이타현

아베씨는 작은 종지에 폰즈(간장)를 붓고 카보스를 짜서 식초대신 넣더니 여기에 기모를 으깨어 넣어 오이타식 소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회를 집어 여기에 찍어 먹었다. ‘독성 여부’운운하는 말 탓에 기모는 사실상 먹기가 꺼림직했다. 그렇지만 오이타에서만 먹는다는 말에 호기심이 발동, 똑같이 따라했다. 쫄깃한 생복어의 육질. 담백 구수한 기모와 생큼한 카보스의 신맛이 어울린 ‘오이타 소스’. 둘이 합쳐지니 환상적이었다.

이어 시라코(복어의 정랑을 카보스조각을 얹고 구운 것)와 후구덴푸라(복어튀김)가 나왔다. 사실 이 두요리는 세트와는 별도로 주문한 것. 세트는 맑은 찌개와 죽만 포함했다. 회뜨고 남은 부분을 가져와 식탁위에서 야채를 넣고 직접 끓여 내는 찌개맛도 별미였지만 그 국물로 쒀주는 죽은 더 맛있었다. 이렇게 해서 가격(복어회+찌개+죽 세트)은 1인당 5000엔. 술값포함해도 6000∼7000엔이면 충분하다.

“일본사람들은 후구사시미를 정말 좋아해요. 그렇지만 대도시에서 이렇게 먹으려면 최하 1만엔은 줘야 합니다. 그래서 요즘 도쿄 등지에서 후구사시미 먹기 위해 오이타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실컷 먹고 가도 여행경비가 빠지니까요.”

아베씨는 여기 복어가 싼 이유도 설명했다. 최근 양식에 성공한 덕분이라는 것. 이런 저런 음식이야기 끝에 아베씨는 또 하나 오이타의 별미를 소개했다. 이름하여 ‘다이 차즈케’. 차즈케는 일본사람들이 찻물에 밥을 말아 먹는 것. 다이 차즈케는 도미(다이)를 주제로 한 차즈케다.

이튿날 안내한 곳은 오이타공항에서 멀지 않은 기스키(杆築)시의 요정식 식당 기타노마루. 몇십년째 다이차즈케를 내는 식당명가라고 소개했다. 첫 접시는 도미머리구이. 잘구어진 큰 도미머리는 발라 먹을 것이 많았다. 이어 밥공기와 오차가 나왔다. 공기밥 위에는 두툼하게 썬 도미회가 네점 올라있었다. 여기에 깨를 갈아 만든 짭잘한 소스를 뿌린 뒤 차를 붓는다. 젓가락으로 떠먹는 도미회 물밥. 진한 국을 먹는 듯한 맛이 좋았다.

일본에서는 요즘 한겨울에도 잔디가 푸른 오이타가 골퍼들에게 인기를 끈다고 했다. 골프후 다이차즈케와 후구사시미, 시로시타(城下) 가자미요리 등 별미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 여기서 벳푸로 떠나는 온천투어는 사족(蛇足)이 된다.

▽패키지여행▽

벳푸 온천타운에서 오이타 별미를 맛볼 수 있는 규슈 온천&미각투어가 기획됐다. 전일정 전문가이드가 안내. ◇별미음식 (1)후구사시미(3000엔세트)〓50년전통의 후구마츠 식당. (2)핫포비진(八方美人)우동〓삿포로산 곤부다시마와 가고시마 명물 가츠오(말린 다랑어)로 우린 국물에 수타면을 넣고 음악들려주고 얻은 달걀과 청정지역의 미역, 최고급새우 블랙타이거, 바닷물로 응고시킨 두부를 얹어낸다. 오니기리(주먹밥) 두 개 포함. 도쿄이치우동. (3)가이세키요리(일본정식)〓현지특산물 상차림의 풀코스 정식. 하나카사. ◇일정〓후쿠오카(스미요시신사)∼벳푸(원숭이공원 온천순례 온천체험 유후인민속마을)∼아소산(화산박물관)∼구마모토성∼후쿠오카(시내관광). 매회 30명 선착순. △항공왕복(3박4일)〓출발 9월 8, 13, 15, 22일. 69만9000원 △선박왕복(부산항) (1)비틀호(쾌속선·3박4일)〓출발 〃. 62만9000원. (2)여객선(심야페리·4박5일)〓출발 9월 7, 12, 14, 21일. 52만9000원. ◇예약 및 문의〓세계일주 일본클럽(www.jtc.co.kr) 02-7744-114

오이타현(일본)〓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