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증권사에 근무하면서 35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 3년차 K씨는 요즘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 이왕이면 높은 몸값을 받고 싶은 생각에서 개인의 브랜드가치를 평가하고 높여준다는 ‘이너서클’이라는 컨설팅 기관을 찾았다. 자신의 브랜드가치는 얼마나 되고 직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이너서클은 학력 가족사항 등 인적사항과 전문지식 정도, 인적 네트워크, 리더십 수준 등 K씨의 자산가치 항목을 자체 개발한 ‘퍼스널브랜드평가(PBA)시스템’에 입력했다. 그 결과 K씨의 브랜드 가치는 연간 5000만원으로 평가됐다.
▼“MBA따면 연봉 7000만원 올라”▼
K씨는 자신의 브랜드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두 달 동안 이너서클의 컨설팅을 받았다. 전문지식과 네트워크를 보완해야 한다는 컨설팅 결과에 따라 지금은 미국 경영학석사(MBA)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MBA학위를 가진 컨설턴트라면 브랜드 가치가 연 1억2000만원으로 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K씨처럼 자신의 자산가치나 브랜드가치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개인도 기업이나 상품처럼 자산 또는 브랜드가치가 있고 이런 가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퍼스널브랜드’가 중시되는 추세에 맞춰 개인의 자산가치나 브랜드파워를 높여주는 컨설팅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당신의 자산가치를 높인다〓1999년 4월에 설립된 이너서클은 그동안 K씨처럼 자산가치에 관심이 있는 170여명에게 컨설팅을 해줬다. 수수료는 2개월 과정에 1000만원으로 매우 비싸지만 주로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이 주고객.
누구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자산가치가 있어야 하고 브랜드가치를 높일 준비를 갖춰야 한다. 신청서와 함께 제출 받는 에세이는 피교육생을 선발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8명씩 1팀 또는 2팀 정도만을 교육시키는데 매월 30명 정도가 서류를 접수한다.
컨설팅 과정은 전문직이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가 갖춰야 하는 자질을 기르는 것. 구체적인 제품을 주고 마케팅 기획이나 광고 시안을 만들게 하거나 온라인기업을 창업하기 위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는 프로젝트 과제가 주어진다. 국제 비즈니스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토론이나 교육은 주로 호텔 비즈니스센터에서 이뤄진다.
이정일 이너서클 대표는 “컨설팅을 받는다고 해서 당장 자산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며 “자산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번개맞은 머리’로 회사광고 나와▼
▽이미지도 자산이다〓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은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TV 인터뷰에 응해 보는 사람들에게 젊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남겼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카우보이 모자로 개척자적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박근혜 의원이 한복에 어울리는 올린 머리로 고 육영수 여사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소장은 자신의 연구소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범생 이미지의 안 소장은 2000년 6월 당시 자신의 연구소를 컴퓨터바이러스 치유 전문연구소에서 컴퓨터종합솔루션업체로 바꾸면서 ‘번개 맞은 머리’ 모습으로 기업 PR광고에 등장해 기업이미지를 한 순간에 바꿔놓았다.
이처럼 자신만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표정이나 옷차림, 프리젠테이션 기법 등을 가르치는 퍼스널아이덴티티(PI) 컨설팅업체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자신감 넘치는 태도나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주는 의사소통은 전문지식 못지않게 개인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자산가치가 조직의 자산가치를 높인다〓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PI컨설팅은 3년 전쯤 한국에 도입됐다. 이미지디자인컨설팅(IDC) 이종선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정치인이나 연예인, 일부 기업 CEO들이 주로 컨설팅을 받았지만 요즘은 기업의 중간관리자나 호텔 간부, 영업사원 등 고객층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SMG 이정숙 대표 컨설턴트는 “한국의 CEO들은 아직 보수적인 사람이 많아 안경테 하나 바꾸는 것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며 “CEO의 브랜드를 잘 관리하면 회사의 가치까지 높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취지에서 서강대 언론대학원은 기업경영자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향상, 스피치 훈련, 퍼스널브랜드 관리 등을 가르치는 PI최고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