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미식가들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이는 주꾸미는 봄에 잡은 것이 맛있고, 낙지는 가을에 제 맛이 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인천 동구 만석동의 주꾸미 전문점 ‘원조 할머니집’(032-773-2419)은 계절에 상관없이 한결같은 쭈꾸미 맛을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만석부두 입구에 자리잡은 이 집은 30여년째 운영되고 있다. 경인전철이 다니는 길 옆에 있는 허름한 음식점으로, 간판도 있는둥 마는둥 잘 보이지 않는 편이다.
이 곳은 만석부두에서 갓 잡은 주꾸미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봄에 인천 소래포구나 전북 군산의 어시장에서 한꺼번에 많은 주꾸미를 사들여 냉동보관한 뒤 활용하고 있다.
10평 남짓한 음식점 내에는 메뉴판도 제대로 붙어 있지 않는데 단골손님들은 주로 주꾸미볶음(2인분 1만원)을 찾는다.
주꾸미볶음은 주꾸미를 양파 미나리 파 마늘 풋고추 등의 양념과 섞어 볶는 것이다. 이 곳은 소박한 분위기 때문에 마치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 곳 사장겸 주방장인 우순임씨(69·여)는 “요리를 배운 적은 없고 요리비법도 따로 없다”며 “그냥 손가는대로 음식을 만들고 있는데 짜지 않게 간만 맞춰 내놓는 편”이라고 말했다.
첫 맛은 별로 맵지 않지만, 젓가락 놀림이 점점 빨라지는 것이 주꾸미볶음의 매력. 땀을 흘리며 다 먹고 나면, 밥 또는 국수를 넣어 비벼준다.
이어 매운 맛이 가시도록 누룽지 숭늉이 ‘후식’으로 나온다.
술 손님을 위한 안주거리로 ‘물텀벙이탕’(2만∼3만원)과 ‘우럭찌게’(1만∼2만원) 등이 있다. 물텀벙이탕은 아귀 일종인 물텀벙이에 콩나물과 된장 등을 넣고 끓인 것으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또 매운탕인 우럭찌게에는 파와 쑥갓 미나리 마늘 후추가루 고춧가루 등이 들어간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이태길(지방공사 인천의료원 시설관리팀장)〓“이 집에서 먹는 주꾸미는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맛이다. 항상 쫄깃한 육질을 유지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 일주일에 2, 3번 가량 이 곳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