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활동 중인 동화작가 최양숙(35)씨의 '이름표 단지'(The Name Jar)가 시카고 공립도서관이 주관하는 '2002 최우수 아동도서'에 선정되었다. 이 책은 최근 국제도서협회의 '교사 선정 아동도서상'을 수상하는 등. 작가로써 최씨의 위상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 '이름표 단지'를 쓰고 그림을 그린 최씨는 교포가 아니라 한국에서 대학(상명대 가정교육과)을 졸업하고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다 미국으로 유학한 유학생 출신.
"대학 시절부터 유학을 마음먹고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처음에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할 계획이었는데 정작 미국에 가서 미술학교를 다니다 보니 '디자인보다 그림 실력이 더 낫다'고 다들 말하는 거에요. 그래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방향을 바꿨지요."
최씨는 뉴욕의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를 졸업할 무렵부터 여러 출판사를 통해 동화책 일러스트레이션 일을 맡았다. 그림이 미국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인정도 받았다. 그러다 지난 97년, 우연히 한국의 전래동화인 '해님 달님'을 'The Sun Girl and the Moon Boy'라는 제목의 동화로 쓰게 됐다. 이 책의 내용을 본 출판사 측이 '재미있다. 다른 이야기도 써 보자'고 제의해, 최씨는 그림과 글을 모두 쓰고 그리는 동화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영어로 동화 쓰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하지만 영어나 한국어 문제보다도 아이들의 감성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 더 어려워요. 다행히 다국적 문화를 다양하게 수용하는 미국 문화계의 분위기 때문에 소수민족 작가인 제 책에 대한 반응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9권의 책을 출간한 최씨는 요즈음 2004년 출판을 목표로 한 '복숭아 천국'이란 동화를 쓰고 있다. 미국의 경우, 동화책 1권의 그림을 그리는 데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을 준다고. "그래서 동화책 그림 중에는 미술관에 걸릴 만큼 수준 높은 그림이 많아요. 한국 동화책을 보면 근래 많이 발전했지만 그림을 그리는 데 좀더 시간적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그의 책 '이름표 단지'는 마루벌출판사에 의해 번역, 출판되어 올해 말 한국의 어린이들과 만날 예정이다.
< 김현미 주간동아기자 > khm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