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막을 올린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프리다’의 한 장면. 그동안 유럽의 ‘예술 영화’에 무게를 둬 왔던 베니스 영화제는 올해는 미국 영화 ‘프리다’를 개막작으로 상영하는 등 할리우드 영화를 배려했다.
세계 최고(最古)의 영화제인 제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29일 밤 7시(한국 시간 30일 오전 1시)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에서 11일 일정의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인 여배우 소피아 로렌의 개막 선언으로 시작된 이날 개막식에서는 미 줄리 타이머감독의 ‘프리다’가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작품 경향과 특징〓지난해 신설된 또 다른 경쟁부문인 ‘현재의 영화’는 올해부터 ‘업스트림’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경쟁부문은 ‘황금사자상’이 걸린 전통적 경쟁 부문인 ‘베네치아 59’와 실험적이고 새로운 경향의 영화들을 대상으로 한 ‘업스트림’ 등 2개 부문이다. ‘현재의 영화’에 주어지던 ‘올해의 사자상’의 명칭도 올해부터 ‘산 마르코상’으로 변경됐다.
올해 새로 부임한 베니스 영화제의 새 집행위원장은 22년간 베를린 영화제를 이끌었던 모리츠 데 하데른.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하데른의 영향으로 올해 작품 경향은 베를린 영화제와 비슷한 성격을 띈다”며 “할리우드 영화 및 독일 영화에 대한 배려가 그런 사례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베네치아 59’ 진출작 21편, ‘업스트림’ 18편 등 장편 경쟁부문에 출품된 39편의 영화 중 할리우드 영화는 지난해 4편에서 6편으로, 독일 영화도 1편에서 4편으로 늘어났다.
새 집행위원장의 영향으로 올해 황금사자상은 보다 대중성을 띤 작품이 수상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심사위원들이 뽑은 작품은 관객들도 좋아할 만한 작품이어야 한다” “관객으로부터 외면받는 작품만 선정하면 황금사자상은 가치없는 상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할 것” 등 관객과의 소통을 강조한 하데른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화제작과 스타들〓‘베네치아 59’부문에서는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인 프리다 칼로의 삶을 다룬 개막작 ‘프리다’와 영국 스티븐 프리어스감독의 ‘지저분하고 아름다운 것들’, 스타일리스트로 꼽히는 러시아 세르게이 보드로프 감독의 ‘곰의 키스’ 등이 눈길을 끈다. ‘업스트림’부문에는 관심을 모으는 작품은 단연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하고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한 ‘풀 프론탈’.
경쟁부문 진출작은 아니지만 ‘2001년 9월11일’도 화제작이다. 영국의 켄 로치, 프랑스의 클로드 를로쉬,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 미국의 숀 펜, 이란의 사미라 마흐말바프 등 각국의 감독 11명이 만든 다큐멘터리.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지난해 발생한 ‘9·11테러’를 소재로 했다.
올해는 심사위원장인 중국 여배우 궁리를 비롯 폴 뉴먼, 톰 행크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해리슨 포드 등의 스타들이 영화제 기간동안 베니스를 찾는다.
▽베니스에 간 한국 영화〓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베네치아 59’에, 장혁, 조인성이 주연하고 홍콩의 프루트 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한국-홍콩 공동제작 영화 ‘화장실, 어디에요’는 ‘업스트림’에 출품됐다. 이로써 한국 영화는 4년 연속 베니스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밖에 단편 영화인 ‘반변증법’(김곡,김선 감독)과 ‘서브웨이 키즈 2002’(손정일감독)는 비경쟁부문에 출품됐다.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