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아시스’는 20대 관객의 호응 덕택에 2주 연속 흥행 2위를 고수하고 있다.사진제공 유니코리아문예투자
‘오아시스’는 힘이 셌다. 전과자와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의 사랑을 그린 영화 ‘오아시스’(감독 이창동)가 개봉 첫 주에 이어 상영 2주째인 지난 주말에도 흥행 2위(서울관객 3만9500명)를 차지했다. 관객 수를 좌석 수로 나눈 좌석점유율은 1위(65%). 현재 상영작 중 빈 좌석이 가장 적었다는 이야기다.
대개 영화의 상영 둘째 주 관객은 개봉 첫째 주보다 평균 20% 가량 줄어들기 마련. 그러나 ‘오아시스’의 둘째 주 관객 감소율은 14%에 그쳤다. 극장 관계자들은 “평일에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오아시스’의 관객 수에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영화의 흥행이 호조를 보이는 데에는, 당초 예상과 달리 20대 관객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은 데 힘입은 바 크다.
26일 밤 서울 강남의 시티극장. 5개관 가운데 가장 큰 ‘오아시스’ 상영관(340석)을 20대 젊은 관객들이 가득 메웠다. 강남의 젊은이들에게 이 영화가 ‘칙칙해’ 보이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영화가 후반부 비극으로 치닫기 전까지 객석에서는 계속 웃음이 터져 나왔다. 회사원 김지원씨(26)는 “소재가 무거워서 영화가 어두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대중적”이라고 했다. 영화 촌평을 해보라는 주문에 그의 대답은 “나도 못해본 사랑”.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와 이창동 감독의 전작 ‘박하사탕’에 대한 관객 반응의 차이점. ‘박하사탕’은 20대보다 ‘386세대’인 30대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영화. 반면 ‘오아시스’에 대해 30대들은 사회적 메시지를 먼저 의식하거나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은 데 비해, 20대들은 “멜로로 봐달라”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를 그저 ‘사랑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의 강경호 대리는 “좌석 점유율이 별로 높지 않은 서울 주변부의 ‘날개’극장들과 지방의 상영관들은 줄이고 서울 중심부 극장들을 위주로 장기 상영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