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슈퍼마켓이나 주유소, 동네 골프장 같은 곳에 가면 일하는 노인들을 쉽게 만난다. 통계를 보니 7월중 55세 이상 남자 가운데 직업을 갖고 있는 비율이 40.4%다. 1984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연령대의 여성 취업률은 28.0%로 사상 최고치다. 작년엔 65세 이상 여성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일터로 나선 사람이 6.5%로 껑충 뛰었다.
미국 직장인의 소망 중 하나는 50대 중반의 ‘점잖은 퇴직’이다. 여유 있는 은퇴후 생활을 위해 공을 들여가며 퇴직을 준비한다. 30∼40대에 ‘퇴직작전’같은 종합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노년층을 일터에 더 오래 남아있게 하거나 은퇴자까지 U턴시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나 기업의 퇴직제도가 나빠진 탓도 있고 평균수명(남녀 모두 77세)이 늘어나고 건강관리 여건이 좋아져 더 일할 수 있게 된 이유도 있다. 일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첫째 이유는 미국 증시다. 주가가 2년째 폭락하면서 재산이 찌그러져 버린 것이다. 55∼64세 노년층으로서 퇴직자산의 한 부분을 증시에서 굴리고 있는 사람은 54%나 되기 때문에 충격이 크다.
노인 투자자들에게 서운하게도 이번 주도 나쁜 소식이 많다. 특히 28일 장세는 실망 그 자체. 나스닥에서 기술주들이 힘을 받지 못하고 주저앉자 애널리스트들은 “기업 신뢰도 아니올시다, 기업 이익도 아니올시다, 월가에 대한 신뢰 역시 아니올시다, 그저 시간만이 약입니다”라는 신파조 해설을 내놓고 있다.
론 힐이라는 주식전략가는 경제전문 CNBC TV에 나와 “투자자님들,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세요”라고 말한다. ‘충돌시험’에서 살아남아 상승세를 탈 수도 있지만 한동안 주가가 좋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는 “7월24일 최저치는 깨지지 않을 듯하다”고 하한선을 제시한다.
그럼 최근 한 달간의 회복세는 무엇인가. 가짜였단 말인가. 상당수 투자전략가들이 “그렇다. 지금 보니 가짜였다”고 해석한다.
최근 폭락 국면에서도 2000년 5월, 2001년 4월, 그해 10월 등 세차례에 걸쳐 두달짜리 가짜가 나왔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종류라고 이들은 진단한다. 매도 공세가 잠깐 멈췄다가 매수세가 붙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매물이 쏟아지는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홍권희 뉴욕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