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재정자문사인 도이체방크가 국내 채권단에 25억달러(약 3조원)의 부채탕감을 요구했다고 미국의 반도체뉴스 제공업체인 EBN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이닉스의 국제 마케팅총괄 부사장인 파라드 타브리지는 EBN과의 인터뷰에서 “채권단이 도이체방크의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으며 9월에 회의를 열어 채무조정안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닉스의 총부채는 6월말 현재 6조816억원. 도이체방크는 담보 및 무담보채권을 통틀어 절반을 털어내야만 하이닉스의 재무구조가 건실해져 해외매각이 가능하다고 본 것.
이 방안을 따른다면 채권단은 무담보채권(3조5660억원)의 최소 75%, 담보채권도 담보가치가 떨어진 만큼 탕감해야 한다.
채권단은 4월 말 하이닉스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매각하기로 결정할 때 무담보채권의 50%(1조7820억원)를 탕감하기로 결의한 바 있어 그때보다 하이닉스의 상황이 더 나빠졌음을 보여줬다.
도이체방크는 또 하이닉스가 내년 초 다시 유동성위기를 겪을 수 있어 부채탕감을 한 뒤 남는 대출금 및 회사채의 만기도 2004∼2006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투신사를 비롯한 2금융권은 “4월 말 무담보채권 50% 탕감 결정도 강제에 의한 것이었다”며 “탕감비율을 더 높이는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