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시절인 1973년부터 진행된 ‘전향공작’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비전향장기수와 좌익 수형자가 숨졌고 ‘전향공작 전담반’을 둬 강제적인 사상 전향을 주도한 중앙정보부와 법무부는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는 29일 교도소에서 발생한 의문사 3건에 대한 중간조사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진상규명위 김준곤(金焌坤) 상임위원은 “74년 대전교도소에서 복역 중 사망한 좌익 수형자 최석기씨(당시 43세)와 비전향장기수 박융서씨(당시 53세), 76년 대구교도소에서 사망한 비전향장기수 손윤규씨(당시 53세)는 전향공작 중 당한 폭행이 사망의 직간접적인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최씨는 74년 4월 4일 독거방에서 심장마비 때문에 숨진 것으로 발표된 당시 수사 결과와 달리 이날 오후 8시경 교도소 내 격리사동으로 옮겨진 뒤 전향공작원으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해 사망했다는 것. 당시 교도소장과 중앙정보부 관계자들은 최씨의 사인을 심장마비로 처리해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하는 등 사건을 축소 은폐했다고 진상규명위는 설명했다.
74년 7월 20일 사망한 비전향장기수 박씨도 사망 당일 격리사동으로 옮겨져 전향공작원들로부터 온몸을 바늘에 찔리는 등 모진 고문을 당했다. 박씨는 ‘전향공작 강요 말라’는 혈서를 쓰고 교도소 창살의 유리 파편으로 동맥을 끊어 자살했다.
손씨는 대구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던 76년 3월 24일부터 자신이 쓴 자술서가 전향서로 위조된 사실에 항의해 단식농성을 벌이다 교도소측에서 세 차례에 걸쳐 손씨의 입을 통해 위에 호스를 찔러 넣어 소금물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강제급식을 실시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