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적십자회 장재언(張在彦) 중앙위원장이 4차 적십자 회담(9월4∼6일) 개최전에 미리 ‘면회소 설치 합의에 공감한다’고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구나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이고 제도적인 해결방도’라고 덧붙이고 있어, 장 위원장이 말하는 면회소는 우리 정부가 이산가족 문제의 핵심사업으로 꼽고 있는 ‘상설면회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적십자회담의 핵심 의제가 면회소 설치 논의가 될 것이라는 점은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이미 예고된 사항이어서 그리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 그렇지만 ‘면회소 설치 운영문제 등을 협의한다’(장관급회담 합의문)가 ‘면회소 설치 합의에 공감한다’로 바뀐 것은 북한이 상당히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다. 실무적인 문제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남북적십자사의 총재급이 나서는 회담이어서 원칙적인 합의 이상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회담관계자들의 조심스러운 관측이다. 실제로 면회소 설치에 합의하더라도 어느 위치에 건물을 만들 것인지, 1년에 몇 차례 상봉을 할 것인지, 상봉인원을 몇 명으로 할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문제는 또 다른 실무대표 접촉을 통해 의견접근을 이뤄야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 위원장의 언급은 글자 그대로 면회소 설치에 대한 합의를 뜻하는 것으로, 4차 적십자회담 직후부터 상설면회소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 당국자들은 “북측도 면회소 설치와 상봉행사를 지속하는 것이 남북관계 진전에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