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많은 성기능 장애에 시달린다. 대표적인 것이 조루, 발기부전, 음경 왜소증이다. 하지만 너무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여성은 남성에게는 없는 처녀막이라는 보호막 때문에 남성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고민을 해야 하니까 말이다.
최근 서울대의대와 보라매 병원 비뇨기과팀이 조사한 결과 한국 중년 남성의 10%가 발기부전으로 인해 성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발기부전 남성들을 일컬어 ‘고개 숙인 남자’라고 하는데 중년 남성 10명 중 1명이 고개를 들 수 없다는 사실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발기부전으로 고민하는 남성들이 비단 오늘날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과거 중세시대에도 발기부전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성들이 존재했고, 당시에는 그 치료제로 홍당무·오이·바나나 등을 먹었다. 이 과일 혹은 채소들은 남성의 물건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런 음식들이 남성의 힘을 불어넣어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16세기에 들어서는 본격적인 발기부전 치료제가 개발되었다. ‘죽은 가지’를 의미하는 ‘벨라도나’라는 치료제는 당시 많은 남성들이 선호했다고 한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음경 펌프’, 즉 공기 압력을 이용, 발기를 유발하는 도구를 연구했지만 근엄한 풍속 관련 법률이 걸림돌이 돼 제품 개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 후 최초의 공식 음경 펌프가 특허를 받은 때는 1917년 이었고, 널리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년 전인 1983년부터다. 요즘 잘 알려진 실라스틱(실리콘으로 만든 인공보형물) 이식 등 음경 인공 삽입술도 1973년이 돼서야 치료법이 소개됐고, 1980년대 초에 이르러서 작은 바늘로 음경의 기저 부분에 물질을 주입하는 요법이 도입됐다.
오늘날엔 의학기술이 발전해 발기부전뿐 아니라 웬만한 성기능 장애도 모두 치료가 가능하게 되었다. 성기능 장애가 있는 남성은 주저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법을 강구해야 한다. 과거에는 성기능 장애에 대한 지식이 없어 장애가 있다 해도 성생활을 포기하는 정도로 끝날 수 있었지만 오늘날엔 성기능 장애가 가정 파탄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 정규덕/ 마산 정규덕비뇨기과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