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에 소개한 ‘동의보감’은 무려 2000쪽에 이르는 두툼한 책입니다. 방대한 의학적 내용을 다룬 책이지만 그 요체는 모든 진리가 그렇듯 단순하고 소박해서 더욱 빛이 납니다. 질병을 치료하고자 하거든 먼저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하며, 반드시 그 마음을 바르게 하여 도(道)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출판사측은 읽는 사람 취향대로 골라 읽으라고 세 가지 판형으로 펴냈다는데 두 권은 작은 목침만 하고, 나머지 한 권은 국어대사전 만큼 덩치가 크더군요. 외형만으로도 독자를 질리게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책장을 펼쳐들었는데 금세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리에서 훑어볼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17세기 조선, 나아가 동아시아의 모든 철학과 자연과학 성과를 재해석해낸 당대 과학의 총체’라고 평가받는 책이니까요.
하지만 10년간 철학자 자연과학자 한의사들이 모여 공들여 번역하고 기획한 책인만큼 그에 걸맞는 대접과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골라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지적·정신적 민족문화유산의 대표’라고 일컬어지는 고전을 보통 사람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손길이 갔습니다.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6면)를 펴낸 미국 폴 크루그만 교수는 고백합니다. 일상 영어로 1300단어 짜리 글을 쓰는 일은 학술잡지에 발표할 5000단어 짜리 방정식이 들어간 논문을 쓰는 일보다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간도 더 많이 걸리는 일이라는 말이 절대적으로 옳았지만 그 일은 매우 즐거웠다고. 그런 고됨과 즐거움을 누리는 우리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더 많이 늘기를 기대해 봅니다.
3면에 다룬 ‘생물의 건축학’과 ‘작품’도 눈여겨볼만한 책들입니다. ‘작품’은 인상주의 화가들이 대거 등장해 근대 회화의 혁신기를 맞았던 유럽의 미술계를 생생하게 체험하게 합니다. 자연과 하나된 동물의 집짓는 이야기를 담은 ‘생물의 건축학’을 통해선 자연환경에 적응한 인간의 둥지, 집짓기를 꿈꾸어 볼 수 있습니다.
아 참, 독자 여러분, 책 읽느라 눈이 피곤할 땐 이렇게 한 번 해보세요.
‘열이 나도록 손바닥을 문질러 양쪽 눈에 대고 따뜻하게 비벼주기를 매번 20회씩 하면 눈이 침침한 것이 저절로 없어져 눈이 밝아지며 풍(風)도 없어진다’(동의보감).
고미석기자 출판팀장·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