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식경영이 실패하는가? / J 페퍼 외 지음 박우순 옮김 / 311쪽 1만8000원 지샘
비단 기업 조직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경영자나 구성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의 몇 %나 행동에 옮길까? 지식 경영이나 조직 변화를 시도하는 혁신가들의 공통된 고민은 경영자나 구성원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 책은 알고 있는 지식과 실천하는 행동 사이의 격차가 왜 발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들은 지식의 실천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말, 기억, 두려움, 측정, 내부 경쟁 등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여기서 ‘말’이란 쓸데없는 회의나 문서, 거창한 사명서나 계획서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한마디로 말만 많고 실행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경영 행태를 비꼬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자. 혹시 연일 계속되는 회의나 쉴새 없이 만들어대는 문서와 각종 계획들, 그리고 회사 곳곳에 붙은 각종 구호나 멋있는 포스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하나도 일이 진행되지 않은 회사가 있는지.
저자들은 말과 관련해서 한가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실험 결과 말이 많은 사람, 특히 매사 비판적이거나 괜히 어려운 용어를 쓰는 사람이 똑똑해 보이고 조직내에서 지위를 확보한다고 한다는 것. 반면에 오히려 말수가 적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다.
두 번째 요인인 ‘기억’은 조직의 역사나 전례를 의미하는 것으로 조직에 녹아있는 관습, 늘 일해오던 방식, 조직 문화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오랫동안 누적된 관행과 조직 문화는 변화를 거부하고 새로운 시도나 행동을 방해해 결과적으로 구성원들의 발목을 잡게 된다. 저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으로 휴렛 패커드의 프린트 사업부 의 예처럼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이를 기존 조직과 격리시킴으로써 과거의 굴fp를 벗어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말이나 기억보다 행동을 방해하는 더 치명적인 요인은 ‘두려움’이다. 실수에 대한 질책이나 처벌, 해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구성원들은 더 소극적이 되고 가능하면 복지부동 하려고만 한다. 사실 모든 변화나 혁신에는 다소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험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이며, 위험 때문에 행동 자체를 미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들은 단기적인 재무성과 중심의 평가 시스템 혹은 지나치게 복잡한 측정 체계도 구성원들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지나친 내부 경쟁도 구성원들간의 정보 공유나 팀워크,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경영자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조직 문제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동현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dhlee67@pops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