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황광숙, 김의진, 김상욱, 정재현.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시험 범위가 넓고 전 과정이 영어로 진행돼 까다롭기로 소문난 2002년 국제재무분석사(CFA) 시험에 삼성투신운용 직원 5명이 함께 합격해 여의도 증권가의 화제다.
영광의 주인공들은 모두 “일하며 공부하고 공부하며 일한 것일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그러나 가정과 직장에 충실하면서 어려운 공부를 해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합격자 가운데 최고참인 김의진 LT채권전략팀장(41)은 “가장이자 부서장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며 시간을 쪼개 공부한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황광숙 크레딧리서치팀 선임(37)은 대학에 입학한 뒤 발길을 끊었던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에서 학원 동료들과 휴일 점심 도시락을 먹어가며 공부했다. 주말에 서울 남산시립도서관에서 공부했다는 정재현 크레딧리서치팀 전임(31)은 “시험이 있는 6월 초까지 시립도서관 주변을 배회하는 성인 남자 가운데 2%는 노숙자, 10%는 실업자, 나머지 상당수는 CFA를 준비하는 금융인이란 말이 있다”고 전했다.
김 팀장과 김상욱 운용지원팀 선임(34)은 토요일 오후 증시가 열리지 않아 한산한 회사에 나와 3년을 공부한 끝에 영광의 합격을 했다.
공부 스타일에 따라 학원에서 강의를 듣거나 독학 혹은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한 경우 등 목표는 같아도 길은 다양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매일 하는 회사에서의 업무내용이 시험내용과 큰 관련이 있어 비교적 수월했다”고 입을 모았다.
화공학과 출신으로 금융관련 지식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응시한 정 선임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금융인이 된 만큼 더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 선임은 “기업분석업무 능력을 국제적으로 공인받고 싶었는데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합격한 최병욱 해외투자팀 전임(33)을 포함해 이 회사에 CFA 출신은 모두 13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많은 금융회사들이 직원들의 CFA 응시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은 합격자들의 경비를 지원해 왔으며 합격한 뒤 포상휴가와 포상금을 전달했다.
회사측은 다음 연봉협상 때 CFA가 된 합격자들을 우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바로잡습니다]
최병욱 해외투자팀 전임은 일본 출장 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