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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이투마마’ 여자를 알고보니 세상이 달라보여

입력 | 2002-09-02 17:32:00

사진제공 무비랩


어느 해 여름. 17세의 두 소년과 연상의 한 여자가 여행을 떠난다. 뜨거웠던 여행이 끝나고 두 소년은 깨닫는다. 자신들의 우정과 삶이 결코 이 여름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이투마마’는 로드 무비와 성장 영화를 섞어 놓은 영화다. 극장 상영을 위해 ‘화면 손질’이 필요했을 만큼 노골적인 성(性)표현을 표면에 내세웠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성장 영화를 넘어 멕시코의 서글픈 현실과 계급 갈등에 대한 은유도 숨어있다. ‘위대한 유산’으로 호평을 받았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작품. 베니스 영화제 각본상 및 신인 남우상 수상작이다.

막강한 재력과 권력을 가진 부패한 정치인의 아들인 테녹과 중하층민인 훌리오는 단짝 친구다. 둘의 유일한 관심사는 이제 막 즐거움을 알게 된 섹스. 어느날 두 소년은 테녹의 사촌 형수 루이자를 만난다. 10세 연상의 매력적인 루이자에게 반한 두 소년은 ‘천국의 입’이라는 가공의 해변을 꾸며대며 놀러 가자고 꼬신다. 남편의 외도 고백에 절망한 루이자는 소년들과 ‘천국의 입’을 찾아 떠난다.

‘공평하게 성도 나눠야 한다’는 루이자의 주장에 따라 두 소년과 루이자와 ‘따로 또 같이’ 섹스를 한다. 테녹과 훌리오는 각자 서로의 여자친구와 몰래 잤다고 털어놓고, 심지어 훌리오는 “네 엄마도 마찬가지야 (잤어)”라고 고백한다. 삶의 ‘단 맛’(섹스)에만 탐닉하던 두 소년은 여행 끝에 의도하지 않았던 ‘쓴 맛’도 알게된다.

시종일관 성과 성적인 농담에 초점을 맞춰 경쾌하게 진행되지만, 은근슬쩍 하층민의 삶과 멕시코의 현실을 담아낸 탓에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세 사람이 묵는 어부네 가족들이 해변가에 관광 호텔에 들어서면서 삶의 터전을 잃는 이야기나 자동차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반정부시위가 그렇다. 테녹의 중간 이름인 ‘이투비데’와 훌리오의 성인 ‘자파타’가 각각 멕시코의 실존 정치인과 혁명가의 이름이라는 점은 정치와 계급 사회에 대한 은유인 셈이다.

마지막 장면.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된 테녹과 훌리오가 만난다. 함께 공유했던 순수와 열정이 사라지고, 운명적으로 서로 다른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두 사람의 어색한 재회에서 세월의 서글픔을 느낀다.

이 영화는 가벼우면서도 진지하고, 즐거우면서도 씁쓸하다. 마치 두 소년이 루이자와 경험한 일탈적 섹스처럼, 그리고 우리네의 삶처럼. 18세 이상, 6일 개봉. 원제 ‘Y Tu Mama Tambien(네 엄마도 마찬가지야)’.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