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신인왕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여느해 같으면 대체로 9월이면 윤곽이 가려지는 게 보통. 하지만 올해는 그야말로 안개속이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기아 19세 신인 김진우의 독무대인 것처럼 보였다. 현대 임선동에 이어 역대 계약금 타이기록인 7억원을 받고 입단한 그는 선동렬의 대를 이을 기대주란 평가에 걸맞게 탈삼진 부문 선두(137개)를 질주하며 선발투수의 신인왕 요건인 10승(8패)을 채워 여전히 선두주자임에 틀림없다.
신생팀 기아의 선두를 이끌고 있는 일등공신인 데다 신인왕 후보 중 유일한 고졸이란 점도 프리미엄이다. 하지만 김진우는 시즌초의 강렬한 이미지가 많이 훼손된 게 사실이다. 평균자책 3.81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8패를 당해 승률도 겨우 5할을 넘고 있다.
김진우의 뒤를 이어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이 LG 왼손타자 박용택(23). 그는 입단 당시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어느새 8개구단 최고의 좌타군단으로 불리는 LG의 붙박이 3번 타순을 꿰차며 팀내 리딩히터에 올랐다. 타격 10위(0.298)에 도루 7위(18개). 8월에 2할대 타율로 주춤하긴 했지만 최근 3경기에서 11타수 6안타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신인왕 레이스는 이들의 2파전으로 마감된 것이 아니다.
선발투수나 타자에 비해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현대의 마무리 투수 조용준(23)이 불같은 상승곡선을 그리며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용준은 개막전인 4월5일 SK전부터 5월2일 기아전까지 1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였지만 이후 슬럼프에 빠졌었다. 하지만 조용준은 지난달 9일 삼성전부터 2일 SK전까지 18경기 연속 구원 불패 행진을 벌이며 시즌 9구원승(4패) 16세이브의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25세이브포인트(SP)는 구원 2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두산 진필중(28SP)과는 불과 3SP차. 현대가 두산보다 5경기나 많은 31경기가 남아 있는데다 최근 조용준의 구위를 볼 때 충분히 역전 가능한 차이다. 더구나 팀도 요즘 5연승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조용준으로선 메이저 타이틀중 하나인 구원왕만 차지한다면 84년 OB 윤석환과 91년 쌍방울 조규제에 이은 11년만에 구원투수의 신인왕 등극을 노려봄직하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