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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IT기업 최고경영자들 사무실에 들여다보니

입력 | 2002-09-02 17:58:00

이용경 KT 사장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KT 본관 17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워크스테이션을 들여다보고 있다. 주변에는 PDA와 디지털카메라 등이 놓여 있다. 사진제공 KT


'그들의 방’은 화려했다. 여러 대의 컴퓨터, 수많은 휴대전화,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가운데는 유독 새로운 기기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다. 첨단기기가 나오면 직접 써보고, 고민하고, 업무에 적용하기 때문에 이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IT 지수’가 높다.

CEO들의 IT 지수는 해당 기업 경쟁력의 바탕이 된다. 경영자로서, 소비자로서 ‘첨단’제품을 활용하는 CEO는 때로 연구진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새로운 기술개발의 아이템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만큼 기업의 발전적 미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 CEO들의 방을 통해 그들의 IT 지수를 확인해본다.

▽‘미스터 디지털’ 구자홍 부회장〓그의 방에는 의자가 없다. “앉아있으면 느슨해지기 때문에” 편의점처럼 가슴높이로 올라오는 책상에 노트북PC만놓여 있다. 출근하면 구 부회장은 서서 LG전자의 인트라넷을 검색해 전자결재를 하고, 비즈니스위크나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외국 언론사이트에 들어가서 기사를 읽는다.

대신 책상 옆에는 조그만 소파가 놓여 있다. 그 주위로는 5.1채널 음향시스템이 갖춰진 홈시어터가 만들어져 있다. 때로 제품을 개선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해당 부서에 직접 전화를 건다.

구 부회장은 신입사원이 들어오거나 직원 생일 또는 결혼기념일에 축하 e메일 카드를 보내기도 한다.

▽무엇이든 직접 하는 이용경 사장〓KT 민영화 이후 첫 CEO로 선임된 이용경 사장의 책상에는 5년 넘게 손때 묻은 워크스테이션이 놓여있다. 워크스테이션은 PC와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유닉스 계열 운영체제(OS)를 채택하고 있어 일반인은 잘 쓰지 않는 컴퓨터. 고속연산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이 사장은 KT 연구개발 본부장 시절 구입한 이 워크스테이션을 5년 동안 메모리, 하드디스크 등을 손수 업그레이드해가며 애지중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MP3로 음악 CD를 ‘굽느라’ CD-RW까지 사서 달았다.

그는 노트북 PC와 두 대의 PDA도 사용한다. 워크스테이션은 이들의 ‘서버’인 셈. 노트북 PC와 PDA에 필요한 정보는 이곳에 저장되고 업데이트된다.

▽‘디지털 전도사’ 진대제 사장〓삼성의 디지털 가전을 총 책임지고 있는 진 사장의 방은 정보기기들로 화려하다. 일단 책상 위에 모니터가 4대 놓여 있다. 24인치 모니터로는 밤새 해외법인과 국내 사업부가 보내온 실적 등 보고자료를 챙긴다. 노트북 PC를 통해 삼성그룹 인트라넷에 접속해 전자결재를 하는 한편 파워포인트로 자료를 직접 만든다.

TV 겸용 모니터에서는 미국 CNN방송이, 다른 모니터는 국내 뉴스프로그램이 나온다.

이처럼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컴퓨터를 다 쓰고도 그의 뒷주머니에는 PDA ‘넥시오’가 꽂혀 있다. 차안에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유럽 등지의 마케팅 담당자와 통화할 때 넥시오는 훌륭하게 자료를 제공해준다.

그는 ‘쓰는 것’에만 익숙한 것도 아니다. 가로 화면 일색이던 PDA를 개선해 더욱 PC에 가까운 기기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은 진 사장이 직접 했으며 넥시오 태스크포스팀도 그의 직속이었다.

최근에는 그의 방에 42인치짜리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가 새로 놓였다. 홈시어터의 품질을 높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늘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타이틀은 틀어놓는다.

▽무선 네트워킹의 ‘총아’ 표문수 사장〓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빌딩 17층에 있는 SK텔레콤 표 사장의 집무실에는 주인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덩달아 나타났다 사라지는 기기들이 많다.

바로 6대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PC. 대신 주인이 없는 책상 위에는 6개의 충전기가 차례차례 늘어서 있다. 무선인터넷 방송서비스, 주문형 동영상을 보기 위한 VOD 서비스 등 SK텔레콤에서 내놓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그는 모두 6대의 휴대전화기를 사용한다.

노트북PC는 보안 때문에 퇴근할 때 잠금장치가 달린 서랍에 보관한다.

그의 가방에는 늘 PDA가 두 대 들어 있다. 움직일 때 노트북PC를 대신하는 이 PDA는 회의 시간에는 임원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엑셀로 재무제표, 마케팅 지표 등의 변동 사항을 모두 체크해 “가입자 수가 지난달 OOO에서 XXX로 변한 이유는 뭡니까?”같은 질문을 수시로 던지기 때문.

▽‘얼리 어댑터’ 이윤우 사장〓삼성전자의 반도체를 총괄하는 이 사장은 첨단기기에 관심이 많다. 좋은 제품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면 바로 사서 써보는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다.

컴퓨터와 정보기기를 쉽게 호환해주는 직렬범용버스(USB) 드라이브나 PDA가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도 기기를 사서 매뉴얼을 들여다보며 제품을 익혔다. 자사의 PDA인 넥시오로는 MP3 파일을 다운로드해 음악도 감상하고 인트라넷망에 들어가 모바일 결제도 한다.

출장 때는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다닌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관련 임원에게 메일과 함께 자신이 직접 보낸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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