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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株主제일주의 현장을 가다]제일모직 ‘종업원=주주’ 애사심 절로

입력 | 2002-09-02 18:02:00


제일모직은 한국 대기업 관계사 가운데 드물게 종업원들이 주주 대접을 제대로 받는 회사다.

직원들 대부분이 5000∼1만주가량 자기회사 주식을 갖고 있다. 1995년 이후 우리사주조합은 줄곧 이 회사의 최대주주 역할을 하면서 구조조정을 마쳤고 외환위기도 극복했다. 종업원의 애사심과 주인의식이 어느 회사보다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99년, 2000년 벤처 열풍을 거치면서 한국 증시에서는 우리사주조합, 종업원지주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됐다. 그러나 제일모직은 성공적인 구조조정, 직원들의 높은 애사심, 경영진의 투명한 경영이 조화를 이루며 종업원지주회사의 새로운 모범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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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경영, 성공한 구조조정〓안복현 사장은 매달 1일 약 한 시간 동안 전 종업원을 상대로 경영 상황을 설명하고 한 달에 두 번씩 직원들에게 ‘대표이사의 편지’를 보낸다.

과거에는 여러 중간간부를 거쳐야 직원들에게 전해지던 경영 정보가 지금은 최고경영진으로부터 종업원에게 직통으로 전해진다. 최고경영진이 종업원을 주주로 대접하지 않는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제일모직의 경영은 투명할 수밖에 없다. 회사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수천명의 직원들이 주주로서 회사의 경영상태를 감시하는 탓에 회사가 주주의 이익에 어긋나는 ‘불손한 행동’을 할 기회 자체가 없다.

제일모직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9184억원, 순이익은 63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16.9%, 106.9% 성장했다. 30여개 패션 브랜드 가운데 15개 브랜드를 팔거나 정리하는 등 1998년 이후 실시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올해부터 열매를 맺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 관계사 지분 증가〓최근 들어 제일모직 주주 중 삼성그룹 관계사의 지분이 조금씩 늘고 있다. 올 상반기 삼성그룹 관계사 지분(7.49%)이 7년 만에 우리사주조합 지분(5.78%)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삼성그룹이 최근 제일모직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종업원지주회사로서의 제일모직 위상이 또 한번 큰 변화를 겪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계열사가 되더라도 지금껏 해왔던 대로 그룹보다 주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투명한 경영을 계속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주가 상승의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제일모직 실적연도매출영업이익순이익배당률(%)199913,2181,5453085200016,6071,81054310200117,3601,76759211

(단위:억원, 배당률은 액면가(5000원)대비)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안복현사장 한마디…▼

제일모직 안복현 사장은 “우리 회사의 최대 강점은 회사 경영에 대해 주주와 종업원의 생각이 대체적으로 일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인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회사가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노사 양측이 심하게 충돌할 가능성은 없나.

“노사 양측 모두 회사의 투명 경영에 대한 믿음이 크다. 신뢰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큰 충돌은 있을 수 없다.”

-최근 4년 동안 배당성향(회사 순이익 가운데 배당으로 사용된 돈의 비율)이 40%를 넘었다.

“회사의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 또 종업원들이 최대주주이니 열심히 일한 종업원에게 보상을 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기도 하다. 단, 올해 이익이 너무 많이 늘어나 올해에도 배당성향을 40% 이상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패션분야에 비해 화학분야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모습인데….

“패션산업의 미래 성장성이 그다지 높지 않아 이보다 화학 쪽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