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에다 태풍까지 겹쳐 농산물 피해가 극심한 데다 교통까지 두절된 곳이 많아 농산물 출하가 어려워지면서 일부 채소와 과일류 가격이 크게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추석을 앞두고 가계에 주름이 더욱 깊어질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2일 새벽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경매시장. 농산물을 가득 채운 트럭들이 빈틈없이 주차돼 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절반 이상 자리가 비어 있었다.
경매가 시작되자 트럭 주위에 둘러선 상인들은 그나마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전자계산기처럼 생긴 주문기계를 누르기에 분주했다. 이날 경매에 참석한 한 상인은 “비 때문에 물건이 좋지는 않지만 추석과 맞물려 농산품 가격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평소보다 반입량이 크게 준 만큼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날 강원도에서 5t 트럭에 배추를 가득 싣고 온 조영산씨(43)는 “4시간이면 올 길을 10시간 걸려 왔다”며 “평소보다 150만원 정도 더 받았지만 폭우 속에서 수확하느라 인건비가 평소보다 배 정도 더 든 것을 생각하면 많이 받았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 가락시장에는 과일 449t, 채소 4387t이 반입돼 전날의 과일 950t, 채소 5911t에 비해 과일은 절반 이상, 채소는 20%가량 줄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격차가 더 벌어져 과일은 3분의 1, 채소는 절반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경매를 통한 도매가격도 크게 올라 배추와 포도 등 일부 품목의 경우 가격이 10%에서 150%까지 올랐다. 소비자가격도 잇따라 오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하나로클럽에서 만난 주부 정현수씨(31)는 “추석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렇게 물가가 오르면 우리 같은 서민들은 어떻게 살란 말이냐”며 “정부에서 유통과정을 개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의 채소 값 폭등은 인위적인 가격 조작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자연재해로 인한 것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유통조사팀 배상원(裵相原) 과장은 “저장이 어려운 신선 채소류의 경우 물건을 쌓아 놓고 가격을 조절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더욱이 최근엔 농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경매가격과 소비자가격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도매상들의 가격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림부는 “6일부터 추석 전까지 제수용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농협 등과 협조해 채소류 조기 출하 등 수급안정대책을 추진하겠다”며 “특히 제수용품에 대해서는 전국 농협 등 3072개의 직판장을 통해 시중가격보다 싸게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