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추진하겠다고 한 ‘지역 할당제’는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오히려 더욱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 물론 지방에 있는 우수 인재를 고르게 뽑아 서울대에 입학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선의의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이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머지 않아 서울 지역에 있는 유수의 대학들이 서울대처럼 지역할당제를 앞다퉈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우수 인재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고교 3학년 때 잠 안자고 과외하면서 공부해 수능성적 좀 높게 나왔다고 그 학생이 우수 인재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실제로는 우수 인재가 아닌데 고액 과외와 고도의 입시관리로 우수 인재로 둔갑된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지역할당제는 서울대를 비롯한 수도권의 대학들이 이러한 가공된 가짜 우수 인재를 밀어내고 전국에 산재해 있는 진흙 속에 감춰진 ‘보석’(진정한 우수 인재)을 쏙쏙 뽑아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정 총장은 지역할당제에 대해 “미국의 유명 대학들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지역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각 군(郡) 단위에서 신입생 1, 2명을 선발한다 해도 200∼300명밖에 되지 않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서울대 홀로 할 때의 이야기이다. 수도권의 최소 10개 대학이 시행한다면 2000∼3000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방의 숨겨진 우수 인재는 씨가 마를 것이다.
그동안 지방대가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수능성적은 조금 떨어지지만 훗날 한몫 할 수 있는 ‘보석’들이 서울로만 가지 않고 지방대에 진학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역할당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국회에서 낮잠 자고 있는 지방대학육성특별법에 나와 있는 ‘지역인재 할당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지방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그 지역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들로 등용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수 인재들이 굳이 서울로 갈 필요가 없다.
이에 필자는 대안으로 ‘지역대학 공동체론’을 제안하고 싶다. ‘지역대학 공동체’란 지역과 대학이 하나 되는 개념을 뜻한다. 지역이 해당 대학에 우수 인재를 보내고, 대학은 사회에 적합한 인재교육을 통해 지역 발전을 앞당기는 것이다. 대학은 지역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하고, 지역 발전에 적극 참여한다. 이제 대학과 지역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상호순환을 이룬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학이 지역 발전을 통해 나라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지역할당제’와 ‘지역대학 공동체론’ 중에서 어느 것이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가를 판단할 때이다.
두재균 전북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