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왔던 올여름 빗길 교통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빗길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도로 시설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본에서는 빗길 사고가 잦은 지역에 빗물을 흡수하는 포장을 한 후 사고가 85%나 줄었다고 한다. 빗길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는 미끄럼의 원인은 차가 고속으로 달릴 때 물이 얇은 막을 형성해 그 막 위로 차가 굴러가게 되 는 ‘수막현상’ 때문이다. 즉 노면 위로 물이 흐르게 되어 있는 기존 도로의 구조 때문인 것이다. 빨리 빗물이 흡수되는 도로로 바꾸지 않는 한 책임당국은 빗길 교통사고의 원인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예방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꾸지 않는 것은 중요한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기술은 비단 의술뿐만이 아니다. 도로를 설계하는 기술자도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이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의 도로를 건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헌연 교통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