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17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측은 정보당국간 채널을 통해 우리측에 ‘북한 다루기’ 아이디어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15 남북정상회담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2일 “일본측은 아직은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우리측에 북-일정상회담 준비에 필요한 협조를 요청한 바는 없다”며 “다만 정보당국간의 협조체계를 원활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물론 의전과 일정 등의 문제에 있어서 우리와 일본은 입장이 다른 부분이 많다. 우리의 경우 이념적인 장애가 많아 북한의 체제선전 상징물이나 장소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이로 인해 대통령의 일정을 분초 단위로 쪼개 미리부터 일정을 확정지었다.
일본 총리는 이 문제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롭다. 고이즈미 총리가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방문하는 것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일본총리의 방북항로를 비롯해 평양 체류에 대비한 경호회담의 자료 등은 한국의 경험을 참고해야 할 일본의 관심사 중 하나다. 특히 김영삼(金泳三) 정부 시절이던 1994년 남북정상회담 추진 때 세웠던 돌발사태 대비안, 예컨대 돌발사태 발생시 평양의 중국대사관으로 뛰어들어간다는 등의 대처방안은 일본측이 참고자료를 요청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역시 일본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북한과의 협상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한국측의 회담 노하우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