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는 ‘허원근(許元根) 일병 자살 조작 은폐사건’과 관련해 군이 조직적으로 자살로 조작했고 상급부대 관계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당시 부대원들의 진술을 2일 공개했다. 진상규명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허 일병이 하사관(현 부사관)에 의해 첫 총탄을 맞은 뒤 중대장이 대대 상황실에 자살로 보고하는 등 사건을 은폐했고 보고를 받은 대대장이 중대본부로 온 이후에도 계속 사건을 은폐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가 이날 공개한 진술에 따르면 1대대 장교 송모씨는 “사고 당일인 1984년 4월 2일 오전 4∼6시에 상황실에서 근무하던 사병으로부터 ‘3중대에서 자살사고가 났다’는 보고를 받고 대대장과 연대 상황실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대대장이 보고를 받은 뒤 중대장에게 전화를 해 사건을 파악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1대대 사병 최모씨도 “2일 새벽에 3중대로부터 중대장 전령이 자살했다는 보고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고 3연대 김모 연대장도 “2일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1대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사단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진상규명위는 사고 당일 중대본부 바깥에서 근무하던 부대원들도 헌병대 수사기록에 나타난 시체 발견 시간 이전에 허 일병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진술도 공개했다.
진상규명위는 “대대장이 사고 당일 피가 묻은 내무반을 둘러본 뒤 중대본부원들에게 ‘중대장 지시대로 잘 움직이라’는 말을 했고 대대 보안주재관 허모씨는 중대장의 부탁에 따라 중대본부원들에게 은폐 지시를 했다는 진술이 있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당시 부대원들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3일 오후 현장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