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좀 주세요' - 김천=박영대기자
《태풍 루사가 휩쓸고 지나간 수해지역의 주민들은 물이 빠지면서 더욱 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극심한 물 부족으로 마실 물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쓰레기더미가 쌓여 있는 주택가와 거리에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으며 각종 전염병 발생마저 우려된다.》
▽극심한 물 부족〓2일 현재 15만8000여가구 61만여명이 소방차와 급수차로 긴급 급수를 받고 있다.
강릉 동해 삼척시 등 강원도 8개 시군에서는 정수장이 침수되고 상수도와 송수관이 끊겨 11만3000여가구 46만명이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해 ‘물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택시운전사 우병항씨(60·강릉시 교동)는 “강릉 시내에 식수가 없어 택시를 몰고 1시간을 돌아다닌 끝에 간신히 손자 우유를 타줄 생수 몇 병을 구했다”며 “생수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어 불편과 함께 악취에 시달리고 있고 흙탕물을 뒤집어쓰고도 씻지 못해 피부 가려움증을 호소하고 있다.
강릉 시내 대부분의 식당은 물이 없어 휴업한 상태이며 여관은 화장실을 쓰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하루 3만원짜리 방을 2만원에 빌려주고 있다.
전북 진안군 진안읍 1000여가구 주민들도 진안읍 운산리 앞 도로가 끊기면서 대형 상수관이 터져 3일째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충북에서 피해가 가장 큰 영동군의 매곡 상촌 추풍령 황간면 지역도 사흘째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환경부는 서울과 경기지역 소방차 43대와 급수차 12대를 강원지역에 급파하고 먹는 샘물 4760박스를 지원하는 등 비상급수조치를 취했다.
강원도도 강릉 동해 등 수해지역 2만여가구에 생수 6만5000병을 공급하고 도내 소방차 25대와 서울 경기 인천 등에서 지원 받은 소방차 20대, 수자원공사 급수차량 2대 등 모두 47대의 급수차량을 동원해 지원에 나섰으나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질병 비상〓흙탕물 속에서 대피했거나 복구작업에 나선 이재민들은 피부병이나 호흡기 질환 등 갖가지 질병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충북 영동 옥천군보건소는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방역차를 동원해 침수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북도는 수해가 심한 김천시에 의료지원반을 보내 살균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장기침수로 피부병과 눈병이 크게 번졌던 경남 김해시와 함안군 지역은 물론 거창 함양 산청군 등지에도 방역반 및 20개 의료지원반이 투입돼 방역활동과 함께 장티푸스 예방접종 등을 벌이고 있다.
▽통신 및 전기 두절〓태풍으로 전봇대가 넘어지고 통신시설이 파손된 전북 무주군 무풍면 지역은 지난달 31일 오후부터 10개 마을 900여가구 주민이 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고 전기도 2일 0시경에야 복구됐다.
자가발전기와 변전기 등이 있는 지하실에 물이 찬 강릉의료원은 2일까지 전기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료원 측은 발전기를 구하지 못해 서울에서 3일 발전기를 공수해 올 예정이다. 특히 한국전력 강릉지사에는 발전차가 1대뿐이어서 전기가 끊긴 지역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이훈기자 dreamland@donga.com
강릉〓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영동〓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수해복구 태만 합천군수 경고▼
경남도는 2일 지난달 초 내린 집중호우와 관련해 수해 응급 복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심의조(沈義祚) 합천군수를 경고 조치하고 문홍규(文弘奎) 부군수는 훈계, 임봉택(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