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미 아줌마가 살아서 돌아왔다.”
40여년동안 대전지역 관공서 주변에서 봇짐 행상하며 불우이웃을 도와 온 ‘헬프미 아줌마’ 신초지(申初枝·61·여)씨. 그가 암판정을 받고 이 곳을 떠난지 거의 8개월만에 다시 옛모습으로 돌아왔다.
신씨는 1월 자궁경부암 3기 판정을 받고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암투병을 해왔다.
그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암판정을 받기 전까지 10㎏짜리 봇짐을 매고 대전시청 충남도청 법원 등 관공서를 돌아다니며 양말과 스타킹 등을 팔아왔다.
신씨의 별명은 그가 사무실을 들어설 때 ‘헬프 미(help me)’라고 외치면서 붙여진 것. 그는 결혼에 실패한뒤 1960년 스무살 나이로 고향인 경북 고령을 떠나 대전에 정착하면서 이 일을 시작했다. 중구 문창동에 2평짜리 월세방을 얻어놓고 겨울에도 물을 끓여 방안에서 목욕할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해왔다.
40년동안 계속하다 보니 웬만한 공무원들은 모두 그의 얼굴을 알아 볼 정도가 됐다. 오래전에 대전을 떠난 현재의 검사장과 법원장도 그를 기억한다. 공무원들은 그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한다. 그가 번 돈을 모두 불우 이웃 돕기에 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가 지금까지 도와준 이웃은 연 인원 5만여명에 액수로는 10억원에 이른다.
6년전에는 학교를 짓겠다는 생각에서 5억원까지 모았으나 이를 포기하고 영세민 수 만명에게 5만원씩 나눠준 것은 지금까지 일화로 전해져 내려온다. 그래서 신씨는 국민포장(1986),국민훈장 석류장(1998) 등도 받았다.
7개월여간 약물치료를 받은 뒤 지난달 말 대전에 다시 나타난 그의 양손에는 여전히 봇짐이 들려 있었다.
“10대 미혼모가 버린 7살짜리 여자 아이를 대학까지 졸업시킨 뒤 하늘나라로 가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제는 당장 값지 못한 병원 치료비도 걱정이네요.”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