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유명 자동차업체 A사의 한국공식 수입사 대표는 서울 강남에 몰려선 수입차 전시장들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대량으로 팔기엔 수익전망이 불투명해 들여오지 못하고 있는 A사의 유명 스포츠카가 버젓이 전시장 한 구석에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 공식 수입 라이선스를 갖지 못한 수입업체가 외국 A사가 아닌 A사의 해외딜러와 접촉해 들여오기 때문에 속수무책이다. 또 아예 정부의 인증절차를 피해 들여오는 음성적인 외제차도 적지않다.
올들어 수입차에 대한 인기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이처럼 공식 수입업체나 이들이 지정한 딜러가 아닌 ‘병행 수입업체’(그레이임포터)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 그레이마켓은 공식 수입업체들이 파는 차종보다 다양하고 멋진 차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 강점. 서울 삼성동의 S 모터스 대표는 “공식 수입업체들이 남기는 마진은 터무니없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레이마켓’, 싼 만큼 불이익도 감수해야〓
그레이마켓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애프터서비스. 공식 수입업체를 통해 구입할 경우 일정한 기간 쓸 수 있는 무상수리 쿠폰을 주거나 제조업체가 직접 보상수리 약정서(워런트)를 주지만 그레이 임포터에는 이를 기대할 수 없다.
공식 수입업체가 수입하지 않은 차종을 그레이마켓에서 샀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아무리 돈을 들여도 수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 유명 중고차 시장 주변에는 아예 이 같은 외제차의 부품을 공장에서 만들어 조립해 주는 곳도 생겨났다. 자발적인 보상수리(리콜) 혜택도 볼 수 없다. 공식 수입업체에서 산 차는 제조업체가 기록을 관리하며 리콜사실을 알려주지만 딜러로부터 수입한 외제차는 기록이 사라져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뛰는 중고 수입차시장〓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중고 외제차를 찾는 고객도 크게 늘었다.
가장 인기있는 차종은 벤츠 아우디 BMW 등 독일산들. 갓 출고된 독일산 고급차들은 중고시장으로 나오는 순간 1000만원 이상 가격이 떨어지지만 이후엔 연식이 1년 밀릴 때마다 500만원 정도씩 가격이 안정적으로 떨어진다. 일찍부터 국내 수입차 시장을 파고들면서 ‘독일차〓 고급차’라는 이미지를 심어놓은 것이 중고차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풀이다.
해가 바뀌면서 가장 가격하락 폭이 큰 차는 미국산. 서울 삼성동 S플라자의 K실장은 “국내에 들어온 미국 중고차들은 아무래도 잔고장이 많을 것이라고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바람에 적정가격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