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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도 절개’가 산사태 불렀다

입력 | 2002-09-02 22:12:00


장마나 태풍 때마다 되풀이되는 산사태가 도로나 주택 등을 만들기 위해 산지를 깎을 때 지형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산지의 지질과 흙 밑의 암반층의 결 등을 고려해 절개지를 만들도록 관련 규정을 고쳐 시행 중이나 이미 만들어진 절개지에 대해서도 보완 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15호 태풍 ‘루사’로 발생한 126건의 도로(고속도로와 국도) 피해 가운데 절반 가까운 60곳이 절개지의 토석(土石)이 무너져 내린 사고였다.

또 지난달 중순 1주일에 걸쳐 전국에 내린 집중호우로 사망한 16명 가운데 11명이 산사태로 숨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산사태가 대부분 산을 깎을 때 지질 특성과 시루떡처럼 쌓인 암반층의 결을 고려하지 않고 경사면의 각도를 63도로 정한 과거 토목공사 규정에 따라 지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정내삼(鄭乃三) 건설교통부 도로건설과장은 “최근 설계 시공되는 도로 주변의 절개지는 산의 지질과 암반층의 결 등을 확인하기 위해 토질 검사는 땅속에 구멍을 내 암반을 채취하도록 돼 있다”며 “이전에 만들어진 도로 등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지어진 도로에 대해서도 연차적인 계획에 따라 보수 보강을 진행 중이나 예산 등의 문제로 제외되는 곳에서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며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산사태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선 예산 편성 때 우선권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