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에 ‘탈북자 비상경계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3일 차오양(朝陽)구 싼리툰(三里屯)과 젠궈먼와이(建國門外)의 외교단지 일대에는 중국 무장경찰들의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탈북자들의 에콰도르대사관 진입 실패와 독일대사관 직원숙소 진입 성공 이후 외교단지는 물론 관련 지역을 지키는 병력이 평소에 비해 무려 5∼10배나 늘어났다. 각국 대사관으로 진입하는 길목에는 바리케이드와 강철못으로 된 차량진입차단기가 설치돼 살벌함을 더해주고 있다.
외교관 차량 이외에 일반승용차나 택시를 탄 사람은 대사관 주변 진입이 원천 봉쇄되고 있고 무장경찰 순찰차가 약 5분 간격으로 외교단지 일대를 돌고 있다.
탈북자 총비상은 지난달 26일 탈북자 7명이 난민보호신청서 제출을 위해 처음으로 중국 외교부 진입을 시도한 데다 최근 지린(吉林)성 공안국이 탈북자들의 베이징 진입에 관한 사전 정보를 입수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외교부 진입시도로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종전에는 탈북자 문제를 놓고 국제여론을 중시하는 외교부와 치안을 담당하는 공안부 사이에 다소 갈등이 있었으나 이 사건 이후 공안부의 입장이 더욱 강화됐으며 탈북자들과 이들을 돕는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이 정해졌다”고 말했다.
공안요원들이 지난달 31일 한국 조선일보 베이징지국에 무단 진입하고 2일에는 탈북자들의 에콰도르대사관 진입사건을 취재하던 독일 공영TV ARD의 카메라 기자를 폭행하고 촬영필름을 빼앗은 것도 이 같은 강경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소식통들은 귀띔했다.
이와 함께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를 비롯한 지린성 일대의 조선족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 당국의 사상교육도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소식통은 “최근 중국 당국이 조선족들을 대상으로 마르크스주의 조국관 등에 관한 사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조선족들도 중국 국민인 만큼 탈북자들을 돕지 말라는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