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우리도 (서울) 강남으로 옮길까 봐요.”(아내) “갑자기 왜?”(남편) “여기 입주할 때는 참 좋았죠. 그런데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둘 강남으로 떠나버렸어요. 남아있는 사람들도 언제 강남 갈까 하며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죠. ‘이웃 관계’가 무너지고 있다고요.” 서울 독립문에 사는 40대 초반 민 모씨 부부의 대화입니다. 요즘 경제와 관련된 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파트값인 듯합니다.】
Q:아파트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A: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공급은 택지개발과 건설에 의해 정해집니다. 쉽습니다!(^^)
수요를 변동시키는 요인은 조금 복잡합니다.
우선 경기를 들 수 있습니다. 소득이 커지면 구매력도 커져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죠. 또 특정 나이대의 사람이 많을 경우 이들이 결혼을 해 내 집을 마련할 때쯤 되면 수요가 늡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교육여건이 수요의 결정적인 변수가 됩니다. 그래서 ‘교육문제 해결 없이는 강남아파트 문제도 절대 해결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거죠.
수요가 공급을 앞서면 가격은 오릅니다. 요즘 나타나는 현상입니다.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일도 물론 있습니다. 90년대 초 일산과 분당 신도시에 입주가 시작되면서 수도권 전체의 아파트값이 떨어졌습니다. 당시 건설회사들은 경품을 내걸기도 했지요.
Q:그러면 지금 집이 모자라나요?
A:현재 우리나라 주택수는 전체 가구의 98% 수준, 연말이면 100%에 이릅니다. 전국적으로는 집이 부족하지 않아요. 그러나 사람들이 좋아하는 동네에 집이 모자라면 그 동네의 집값이 많이 오르는 겁니다. 학군 문화시설 교통여건 등 때문이지요. 부동산(不動産)은 말 그대로 남는 물건을 부족한 곳으로 옮겨 쓸 수 없어 생기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닙니다. 미국 일본 같은 나라도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지만 뉴욕 도쿄 같은 대도시의 집값은 몹시 비쌉니다.
집값이 오르면 근로자들은 월급을 올려달라 요구합니다. 임금이 올라가면 기업도 물건값을 올려야 해 물가가 뛰게 되고 수출하기도 힘들어집니다. 전체 경제에 주름이 끼는 것입니다.
Q:어떤 대책이 있나요?
A:집값이 뛰면 정부는 우선 공급물량을 늘립니다. 분당 일산 평촌 중동 등 신도시들이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앞으로도 교육과 문화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는 신도시를 지어야겠죠. 그렇지만 신도시를 몇 달 만에 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종종 등장하는 게 세무조사입니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이면 당연히 수요가 몰립니다. 이 중에는 자기가 살 집을 사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순수히 차익(差益)만 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수요를 가(假)수요, 이런 사람을 흔히 투기꾼이라 부르지요. 가수요로 인해 사람들이 앞다퉈 사겠다고 나서면 집값이 더 오릅니다. 국세청이 나서는 것은 ‘투기꾼의 가수요만이라도’ 잠재우기 위해섭니다.
정부는 올 1월과 8월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세무조사 방침을 밝혔습니다. 심지어 강남의 학원에 대해서도 세무조사 하겠다고 했습니다. 유명 학원이 강남에 몰려있는 것이 아파트값 상승의 주요 원인인 만큼 학원을 타 지역으로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정부가 집값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걸핏하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동원한다”고 지적합니다. 사실 국세청이 집값 잡는 곳은 아니잖아요?
허승호기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