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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장 늘리기가 수질대책이었나

입력 | 2002-09-03 18:29:00


20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개발은 정부 정책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극명한 예다. 한쪽에선 팔당호를 물 관리 특별지역으로 묶고 해마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는데 다른 쪽에선 인허가권을 남발하며 마구잡이 개발을 부추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물이 맑아지기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10년 동안 팔당호 특별대책지역 내 7개 시군의 공장과 음식점 그리고 공동주택은 그 수가 3∼5배나 늘어났다. 이 바람에 산업폐수와 생활오수도 곱절 가까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4년 전 1.5ppm이었던 팔당호 수질은 이듬해부터 한강특별법에 따라 매년 2500억원을 투입했는데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대로라면 2005년까지 팔당호 물을 1급수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목표는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팔당호 주변 난개발의 1차적인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업자들의 환경파괴를 제지하고 단속해야 할 지자체들이 오히려 세수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만 눈이 어두워 각종 오염배출시설을 마구 허가해주고 있으니 난개발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자체들의 지역 이기주의가 엄청난 재앙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국민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물 이용 부담금도 수도권 주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맑은 물 마시는 대가를 지불해 개발제한으로 고통받는 팔당호 주변 주민들을 지원한다는 것이 그 취지다. 지원금은 지원금대로 챙기고 오염원 관리는 외면하고 있는 지자체와 이를 제대로 단속하고 감독하지 못한 중앙정부의 무능력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환경정책 중에서도 식수원 보호는 특히 중요하다. 특정 집단이나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질을 더럽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맑은 물 마실 수 있는 권리를 그들이 앗아가도록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환경부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팔당호 주변 난개발을 통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