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는 1992년 8월 열차 사고로 숨진 노동운동가 박태순(朴泰淳·사망 당시 26세)씨가 민간인 신분으로 국군기무사의 내사를 받았으며 박씨의 사망 사실을 당시 기무사가 알고 있었다고 5일 밝혔다.
진상규명위에 따르면 박씨를 내사했던 기무사 군무원 이모씨는 “92년 9월 초 휴가차 서울을 방문한 동료 직원 추모 중사로부터 ‘박씨가 경기 부천의 공장에서 근무했으며 역곡역을 이용해 출퇴근하다 숨졌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진상규명위는 “당시 기무사가 박씨의 사망 사실을 알았다면 이는 박씨가 숨질 때까지 미행을 계속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렇다면 박씨는 단순히 열차에 치여 숨진 게 아니라 외부 요인에 의해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박씨는 92년 8월 29일 오후 10시경 공장에서 퇴근하던 중 서울 구로구 시흥역에서 열차 사고로 숨졌다. 박씨의 유족 측은 “박씨는 평소 석수역에서 내렸으며 그 시간에 시흥역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기무사측은 “90년 10월 이후 민간인 사찰을 한 적이 없다”며 “추씨는 박씨 사망 이전에 경북 지역으로 전출돼 박씨의 사망 사실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박씨는 한신대 철학과를 중퇴하고 경기 수원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시흥역에서 행방불명 됐다. 박씨는 당초 신원을 알 수 없는 행려사망자로 분류됐다가 지난해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 열차에 치여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