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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간담상조(肝 膽 相 照)

입력 | 2002-09-05 20:06:00


肝 膽 相 照(간담상조)

肝-간 간 膽-쓸개 담 照-비칠 조

嘗-맛볼 상 遷-옮길 천 僻-치우칠 벽

肝은 心(심·심장) 脾(비·비장) 肺(폐·허파) 腎(신·신장)과 함께 五臟(오장)의 하나다. 예로부터 장군을 상징한다고 보아 기백, 정신, 思慮(사려)의 원천으로 여겼다. 의학에서는 五行(오행)의 木에 해당되어 木臟(목장)이라고도 한다.

한편 膽은 胃(위. 위). 三焦(삼초. 소화와 배설을 주관하는 心臟 아래의 上焦, 胃 아래의 中焦, 방광 위의 下焦( ) 膀胱(방광) 小腸(소장) 大腸(대장)과 함께 六腑(육부)의 하나다. 五行(오행)의 金에 해당되어 法官을 상징하며 과감. 결단의 원천으로 여겼다. 그런데 肝과 膽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하여 매우 다정한 사이도 뜻한다. 여기서 나온 말이 肝膽相照다.

당의 대문호 韓愈(한유)는 柳宗元(유종원)과 절친한 사이였다. 비록 나이는 다섯 살 위였지만 둘은 知己(지기)로 서로를 아꼈다.

柳宗元이 먼저 죽자 韓愈는 그를 기리는 글을 썼는데 그것이 유명한 柳子厚墓志銘(유자후묘지명)이다. 子厚는 柳宗元의 字(자)며 墓志銘은 죽은 이를 위해 석판에 쓴 글을 뜻한다.

韓愈가 칭송한 것은 柳宗元의 友情이다. 예나 지금이나 진정한 友情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柳宗元은 그렇지 않았다. 수 차례나 귀양을 갔다 돌아와 柳州(유주·廣西省 柳縣) 刺史(자사)로 발령 받았을 때였다. 그 때 마침 친구 劉禹錫(유우석)이 播州(파주·현 貴州 遵義縣)로 左遷(좌천)되어 가게 되었다. 播州라면 워낙 窮僻(궁벽)한 곳이라 도무지 사람 살 곳이 못되었다. 게다가 劉禹錫은 노모까지 계셨던 만큼 함께 갈 수도 없는 딱한 처지였다. 그는 상소를 올려 柳州와 播州를 바꾸고자 했다. 그것은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당돌한 행위였다.

韓愈는 말한다. 사람은 역경에 처해 있을 때 비로소 참다운 友情이 나오는 법이라고. 管鮑之交(관포지교)로 이름 높은 管仲(관중)과 鮑叔牙(포숙아)가 그러하며 知音(지음)의 고사를 만들어낸 伯牙(백아)와 種子期(종자기)가 그러하지 않았는가?

평소 술 먹고 노래하고 손을 마주 잡고 마치 肝膽(간담)이라도 꺼내어 서로 보여줄 것 같지만(相照) 일단 머리 털 만한 이익이라도 보이는 날에는 눈을 부릅뜨고 원수처럼 돌변한다.

그 뿐인가. 함정에 빠져도 손을 내밀어 구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밀어뜨린 다음 돌을 던지는 자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韓愈는 그런 사람들을 두고 탄식했던 것이다.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