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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고객 마음을 잡자 ´마케팅 어드벤처´

입력 | 2002-09-06 17:39:00


◇마케팅 어드벤처/김민주 지음/339쪽 1만3000원 미래의 창

잘 쓰여진 기행문을 읽고 있으면, 이불을 뒤집어 쓰고 동화를 읽는 아이처럼 새로운 세상에 푹 빠져 버린다.

이 책은 잘 쓰여진 마케팅 기행문이라고 할 수 있다. 미지의 장소로의 여행이 아니라 ‘미지의 시장으로의 여행’이다. 학문과 현장에서 최고의 경력과 경험을 지닌 안내자의 손에 이끌려 이곳저곳을 돌아 다니다 보면 어느새 저자가 살아가는 흥미진진한 시장 위에 함께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의 회식 자리에서 출발한 여행은 택시와 편의점 등을 거치며 미국에 도달한다.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뉴욕을 두루 둘러 보고는 유럽까지 내달아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이탈리아 그리고 영국까지 닿는다.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여행을 마무리한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국산 향수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야기, 룸살롱 마담을 공략한 위스키 이야기, 택시 운전사가 선전해 주는 자동차 이야기 등을 풀어낸다.

미국에 가서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 관계 관리)을 구축한 카지노, 25년 연속 흑자의 항공사, 맥도널드 햄버거집처럼 친근한 동네 은행, 관광 명소로 만든 장난감 천국 등을 소개하고, 유럽에 가서는 명품의 브랜드 전략, 직접 만드는 가구, 자사의 브랜드를 없애는 기업 이야기를 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외국 브랜드로 알고 있는 빠빵 에스쁘아 향수의 경우 한국 브랜드(태평양)라는 것을 감추는 브랜드 포커싱 전략을 통해 향수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카지노 그룹 하라는 하버드대학 비즈니스 행정학 교수를 COO(Chief Operating Officer)로 발탁하여 고객 관리를 실천하였다. 사우스웨스트사 항공기에는 좌석 등급이 없고 자리도 미리 배정되어 있지 않으며 기내식도 제공되지 않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원가와 요금을 줄이는 동시에 편리하고 재미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성공했다.

나이키는 농구코트에서 검정 운동화를 신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클 조던에게 게임당 1000달러의 벌금을 물어주면서까지 검정 에어 조던을 신게 하였다. 이로 인해 에어 조던의 매출은 연간 8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수직 상승하였다. 커머스뱅크는 일주일 내내 문을 열며 오후 8시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원 채용에서도 학벌이 좋은 사람보다 따뜻한 사람을 선호하고 커피와 스낵을 제공하여 마치 카페 같은 은행을 만들어 냈다.

품질에 자부심을 지닌 시슬리 화장품은 용기, 광고 등에 비용을 들이지 않는 대신 매달 주요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하는 마케팅을 했다.

유니레버는 자사 브랜드가 1600개나 되지만 6개 브랜드를 가진 네슬레보다 매출이 저조하자, 1600개 브랜드를 40개로 줄이는 대대적인 감량을 실시하고 있다. 매클라렌 유모차는 귀족 마케팅을 통해서 한국에 300만원짜리 유모차를 팔고 있으며, 초대권을 단 한장도 배포하지 않는 값 비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영화 ‘친구’가 거두어들인 수익에 달하는 성과를 내었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저자는 성공적인 상품들이 어떻게 마케팅을 펼쳐 나가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이 보여 준 사례들을 고객 세분화 마케팅, 상업성이 드러나지 않는 마케팅 등 12가지 최신 마케팅 기법으로 정리하며 마무리한다.

바야흐로 마케팅의 백가쟁명 시대다. 하지만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그것이 무엇인 지 알게 될 것이며, 그런 후에는 자신이 직접 상황에 맞는 새로운 마케팅을 창조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유재 서울대 경영대 교수 youjae@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