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우정, 승부는 승부.’
7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2 남북통일축구경기’.
1990년 10월23일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열렸던 남북통일축구 2차전 이후 12년 만에 열리는 이번 대회는 한반도에 평화와 화합의 기운을 다시 한번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남북축구의 대잔치. 90년 남북통일축구는 평양에서의 1차전에서는 북한이 2-1로 승리했고 2차전에서는 남한이 1-0으로 이겨 나란히 1승씩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단판 승부로 열리는 이번 남북통일축구경기는 경기장 내에서는 불꽃튀는 접전이 펼쳐질 전망.
박항서 한국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맞는 첫 경기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이정만 북한 감독은 “우리는 상대에 따라 공격수를 1명에서 3명까지 다양하게 활용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골키퍼:이운재-장정혁
2002한일월드컵에서 독일의 올리버 칸과 야신상을 다툴 정도로 이미 세계적인 골키퍼로 명성이 나 있는 이운재(29·수원 삼성)와 지난해 8월 삼성컵 4개국대회 쿠웨이트와의 결승 승부차기에서 활약해 북한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장정혁(22·평양시)의 ‘거미손’ 대결이 펼쳐진다. 이운재는 최근 왼손 엄지손가락 부상에서 회복해 정상 컨디션을 찾은 상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외아들이기도 한 장정혁은 “이운재는 판단력과 투지가 정말 뛰어나 보였다. 그러나 나는 나대로의 장점이 있으니 이번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수비:최진철-이만철
남북한 수비진에는 노련한 최진철(31·전북 현대모터스)과 이만철(28·기관차)이 포진할 전망. 최진철은 2002한일월드컵에서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들을 철벽 마크한 ‘족쇄맨’으로 이름을 날렸고 북한대표팀의 주장인 이만철은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하다.
▽공격:이동국-전철
최전방에서는 남북을 대표하는 신예 스트라이커가 득점력 대결을 벌인다. 2002한일월드컵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차세대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스트라이커로 떠오르고 있는 이동국(23·포항 스틸러스)은 이천수 최태욱 등과 공격진을 이뤄 출전할 전망.
북한 축구의 대표적 골잡이 이근철이 빠지고 그 자리에 투입된 전철(20·기관차)은 빠른 스피드와 발재간을 갖춘 북한의 신예 스트라이커로 북한 공격진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파주〓주성원기자 swon@donga.com
“반갑습니다.” 6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를 찾은 북한축구대표팀 이정만 감독(왼쪽)을 박항서 한국 감독이 손을 잡으며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파주〓사진공동취재단
▼남북 감독 출사표▼
▽박항서 한국 감독〓경기 결과 못지않게 남북이 하나되는 것도 중요하다. 어쨌든 나와 선수 모두 최선을 다하겠다. 킹스컵대회 등의 자료를 통해 북한의 전력을 파악한 결과 수비수 이만철과 공격수 전철의 기량이 좋았다. 북한은 주로 3-5-2 전술을 쓰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주로 프로에서 뛰는 선수들을 기용할 생각이다. 선발로 뛸 선수는 이미 정해졌지만 밝히기는 곤란하다.
▽이정만 북한 감독〓승부보다 북남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남한축구가 발전했지만 경기 결과는 해봐야 알 수 있다. 경기는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선발 출전 선수는 보조감독들과 상의해 경기 당일 정할 것이다. 지금 누구의 컨디션이 좋은지도 알 수 없다. 특별히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운동장에서 뛰는 22명 모두는 서로가 경계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