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국 사회는 금연열풍에 휩싸였다. ‘못생겨서 죄송한’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폐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금연바람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금연열풍은 월드컵 열기에 밀려 시들해졌고 6월 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수준과 비슷해졌다. 다행히도 최근 주춤해졌던 금연열풍이 다시 살아날 조짐이다. 투병 중에도 금연전도사로 나서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라고 설파했던 이씨가 결국 폐암으로 숨진 것이 계기가 됐다.
한독약품 등 일부 기업은 금연사업장 선포를 계획하고 있고 인터넷사이트에는 금연한 사람에게 포상금을 주는 ‘금연펀드 동호회’가 속속 결성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금단증상 없이 효과적으로 금연할 수 있을까. 물론 강한 의지가 우선이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서홍관 교수(한국금연운동협의회 이사)는 “니코틴 의존도가 높은 사람은 보조제를 이용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며 “그러나 불면증 등 부작용도 있으므로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니코틴대체요법(NRT)〓소량의 니코틴을 피부를 통해 몸 속으로 스며들도록 해 금단증상을 줄이는 방법. 피부에 붙이는 패치와 씹는 껌 제품이 나와 있다.
서 교수는 “여러 종류의 금연보조제가 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안전성과 약효를 인정받은 것 가운데 국내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은 니코틴 패치와 껌 제품뿐”이라고 말했다.
패치는 한 장 사용으로 16∼24시간 효과가 지속돼 사용하기에 간편하지만 피부발진과 두통 불면증 구토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임신부나 협심증 심근경색증 환자는 피해야 한다. 껌은 흡연 욕구가 생길 때마다 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입안 가득히 얼얼한 느낌이 들고 딸꾹질 등이 생길 수 있다.
패치는 대웅제약의 ‘니코스탑’, 파마시아코리아의 ‘니코레트 패치’, 한독약품의 ‘니코덤’ 등이 있고 니코틴의 양에 따라 각각 세 종류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가격은 일주일치 한 팩(7장)이 약 1만5000∼2만원선. 껌으로는 파마시아의 ‘니코레트 껌’이 있고 30개들이 한 팩이 2만2000원이다. 모두 일반의약품으로 의사의 처방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금연약물〓먹는 금연보조제로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자이반’(성분명 부프로피온)이 있다. 처음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된 부프로피온은 흡연을 억제하는 효과가 추가로 밝혀져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니코틴이 들어 있지 않은 약물로는 처음으로 정부의 허가를 받은 금연보조제가 됐다.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부프로피온은 △니코틴 패치보다 금연 성공률이 조금 높고 △패치와 같이 사용했을 때 효과가 커지며 △금연 뒤 체중이 증가하는 현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서도 6월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항우울제(이때 상품명은 ‘웰부트린’)로 판매될 예정. 그러나 제약사측은 금연보조제로 판매할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기타〓금연침은 인체의 장기 등이 귀에 모여 있다는 한방원리에 따라 압정 형태의 작은 침(耳針)을 귀에다 찌르는 것. 입과 코, 기관지 폐 등 담배연기가 지나가는 경로를 따라 귀의 상응점을 찾아 놓는다. 일주일에 두 번씩 2∼6주간 맞으며 한 번 시술에 1만5000∼2만원선.
금연초는 두충엽을 담배처럼 말아서 피우는 일종의 ‘가짜 담배’. NRT 제품이 니코틴 중독현상을 조절하는 것이라면 금연초는 흡연습관에 착안한 금연보조제다. 현재 시판되는 쓰리지케어사의 금연초는 의약외품으로 지난해 6월 식약청의 독성심사를 거쳐 제조허가를 받은 제품.
한국금연운동협의회의 최진숙 사무국장은 “금연하겠다는 마음가짐 없이 금연보조제에만 의존하다가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중에 엉터리 금연보조제도 판을 치고 있어 피해사례도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