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요양급여 적용 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지침에는 종전에 1차 약물로 사용하던 자이프렉사(성분명:올란자핀)의 약가가 고가인 점을 감안해 저가의 타 약물을 투약한 후 약효가 없을 때 2차 약물로 선택한 경우에만 급여 인정을 하겠다는 것이 포함돼 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고시 인정기준 이외의 투여 부분에 대해 전액 환자 본인이 부담토록 한 것은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정신질환자의 추정환자 수는 무려 270여만명에 이르고 이 중 정신병적 장애 환자는 17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들은 사회적, 보험정책적 편견으로 인해 연간 정신의료 서비스를 받는 비중이 8.9%밖에 되지 않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의 이 같은 정신병 약물에 대한 보험적용 제한은 정신질환자들의 약물치료와 재활의지를 한층 어렵게 하는 처사다.
정신분열병은 그 원인과 양상이 다양하고 환자별로 특정 약물에 대한 효과나 부작용 반응이 다양하다는 특성 때문에 초기 치료에서의 적절한 약제의 선택이 아주 중요하다. 즉, 대부분의 환자가 입원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정신분열병 치료의 특성상 환자의 증상 및 상태에 따라 가장 적합한 약물을 초기에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고시의 내용과 같이 자이프렉사를 2차 약물로 재분류하게 되면, 임상적인 판단상 이 약제가 적합한 환자들에게도 불가피하게 다른 약물을 사용해 부적절한 초기치료를 하게 된다.
현재 처방되고 있는 비정형적 약물들은 약효 및 부작용의 측면에서 서로 다른 장단점을 갖고 있는 상호 보완적인 약물들이다. 따라서 정신과 전문의가 개별환자의 증상과 상태에 맞게 이들 약물을 적절히 선택할 수 있어야만 개별 환자의 치료를 최적화하고 전체적인 의료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한 약제를 선택했을 경우 그 효과와 부작용을 판단하는 데 최소 몇 주가 걸리는 정신분열병 약물요법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부적절한 약물의 초기 선택은 최소 3, 4주의 입원기간 연장으로 이어지고, 이는 총의료비용의 증가를 초래해 보험재정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약제의 선택은 약리학적 작용과 작용 기전을 근거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적으로 약가에 의해 사용지침을 정하는 것은 의사의 고유 권한인 진료권을 완전히 무시한 조치일 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 및 행복권도 박탈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정신병 약물에 대한 보험적용 제한으로 환자로서는 우수한 약제를 처방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며, 의사로서도 약효와 부작용 및 가격 등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이고 적합한 약제를 선택한다는 고유의 진료권이 제약당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2차 약제로 규정하는 경우는 약제의 가격, 보험 재정 등의 정책상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과 같은 합리적 임상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정신분열병 약제의 요양급여 기준에서 단순 약가만을 비교하는 것은 작은 것을 얻고 큰 것을 잃을 수 있는 근시안적 정책 결정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김철응 인하대 교수·신경정신의학 대한정신분열병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