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전심이었을까….’
역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여우’였다. 박항서 현 대표팀 감독의 입장에선 한국 대표팀 기술고문으로 벤치에 앉는 히딩크 감독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7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통일축구대회때 한국벤치에 나란히 앉은 히딩크 감독과 박항서 감독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박 감독이 미소를 지으며 히딩크 감독을 맞았지만 그 뒤엔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다. 히딩크 감독도 가시방석이었고 박 감독도 ‘모시던 분’ 때문에 선수들에게 제대로 지시를 내릴 수 없었다.
이런 미묘한 상황을 히딩크 감독이 깼다. 전반이 끝나자 곧장 관중석으로 올라가 각계 인사들과 인사를 나눈 뒤 연인 엘리자베스와 함께 스탠드에서 후반전을 지켜봤다. 히딩크 감독은 “경기를 더 잘 보기 위해서”라고 벤치를 떠난 이유를 설명했지만 자기 때문에 조심스러워하는 박 감독을 편하게 해준 것이었다.
전반 내내 입을 꼭 다문 채 경기를 지켜보던 박 감독은 후반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들에게 고함도 지르며 활기있게 지시하기 시작했다. 히딩크 감독의 판단이 맞았다. 박 감독이 얼마나 불편했겠는가.
히딩크 감독은 “박 감독은 스스로 충분히 해낼 수 있었고 또 좋은 데뷔전을 치렀다. 앞으로도 잘 해낼 것”이라며 박 감독을 추켜 세웠다. 한편 히딩크 감독은 4박5일동안의 한국방문 일정을 마치고 8일 네덜란드로 돌아갔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