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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피해/강원]수해지역 공무원의 ‘복구24시’

입력 | 2002-09-08 18:27:00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사무소 건설과 토목직 직원인 최대선(崔大善·30·사진)씨는 7일 오전 6시 읍사무소 3층 설계실에서 잠을 깼다. 수해 복구 업무 때문에 집에 들어가지 못한 지 벌써 8일째다.

인근 식당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은 최씨는 오전 7시반쯤 읍사무소에 집결한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을 점검했다.

그는 이어 6일째 계속되고 있는 군도 1호선 응급복구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산사태로 주민 3명이 숨지고 8일째 고립돼 있는 삼교리로 가는 유일한 통로다. 지금까지 겨우 절반 정도만 복구됐다.

“주민들이 지게로 물품을 나르고 있습니다. 빨리 복구해야 하는데…. 죄책감이 듭니다.”

오전 8시경 장덕리 장덕교 붕괴 현장에 최씨가 도착하자 장비 배분과 필요한 자재 등을 상의하기 위해 마을 이장들이 모여 있었다.

산간마을인 장덕리는 집들이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데 농로가 끊어져 두세 가구씩 고립된 상태다. 이런 곳에 먼저 장비를 배치하고 끊어진 교량 7곳의 복구현장에도 장비를 추가로 배치했다. 이때 중사리 이장이 산비탈이 무너질 것 같다며 긴급하게 마대를 요청하자 최씨는 마대 2000장을 보냈다.

“끊긴 도로를 메울 흙이 부족해 하천 골재를 파서 쓰고 있어요. 자연을 훼손하는 일이지만 상황이 너무 급박해서….”

최씨는 카메라를 들고 주변 마을의 피해 상황을 조사하러 나섰다. 마을을 돌며 찍은 사진은 재해복구비 산정에 중요한 증빙자료가 된다. 워낙 피해가 엄청나 최씨가 이날 찍은 필름만도 15통이나 됐다.

“피해 상황을 확인하러 삼교리에 들어갔다가 이재민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막막해 잠도 오지 않고 꿈이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고 오후 작업을 지휘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작업을 마치고 읍사무소에 돌아온 것은 오후 7시반경. 야간작업은 전기가 안 들어오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커 엄두를 못 낸다.

다음날 투입될 장비 현황을 정리해 시에 보고한 뒤 오후 9시가 넘어서 저녁을 먹고 다음날 작업에 관한 회의를 마지막으로 일과가 끝났다.

그는 이날도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집만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4일 잠깐 들른 집은 안방이 산사태로 무너져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11시40분 퇴근하던 선배가 “또 여기서 자느냐. 철인도 아니고…”라며 걱정해 주자 그는 “젊은 놈이 고생해야지요. 괜찮아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최씨는 “물품 못지않게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이재민들의 재기 의욕을 살립니다.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오셨으면 합니다”라고 소망을 피력했다.

강릉〓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