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안 먹고 하루종일 대문만 바라보고 있다.”
김수임씨(33·강원 속초시 노학동)는 친정 어머니가 전화로 들려준 어린 아들 소식에 요즘 마음이 무겁다. 수해 이후 남편의 동료 집에 머무르고 있는 김씨는 잠자리조차 없는데다 전염병이 걱정돼 네살짜리 아들을 2일 춘천의 친정에 떼어놓고 왔다.
엄마 곁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는 아들은 매일 집에 보내 달라고 칭얼거린다고 한다. 김씨는 “먹을 것도, 잘 데도 없어 외가에 보냈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며 “남편은 다녀오라고 하지만 갈 수도 없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수해 지역에는 가족들과 생이별한 ‘수해 이산가족’이 많이 생겨났다. 수해로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들은 가족이 함께 머물 곳이 없어 친척집과 여관 등에 뿔뿔이 흩어져 지낸다.
박석운씨(55·강원 양양군 현북면)는 수해 소식을 듣고 서울서 달려온 여동생에게 어머니(78)를 모셔가도록 했다. 노모가 4시간 이상 차를 타고 서울에 가서 ‘닭장 같은’ 아파트에서 지내도록 하는 것이 몹시 마음 아팠다.
박씨는 “복구작업을 하는 걸 보면 늙은 몸을 움직여 돕겠다고 하실 것 같고 전염병에 걸릴 위험도 있어 며칠만 바람 좀 쐬고 오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삼척 시내에 직장이 있는 김재훈씨(26·강원 삼척군 미로면)는 시내로 통하는 다리가 끊어져 부모와 떨어져 지내고 있다. 김씨의 집은 침수 피해가 심해 며칠 동안의 작업 끝에 겨우 부모가 잘 수 있는 일부 공간만 수리를 마친 상황이다.
김씨는 회사에 연가를 내 낮에는 집에서 복구작업을 하고 밤이 되면 삼척 시내의 후배 집으로 새우잠을 자러 떠나는 신세다. 속초〓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강릉〓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