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3편의 한국 영화가 개봉해 대접전이 예상된다.
우선, 한국 코미디 영화의 영원한 소재인 ‘깡패’ 집안의 얘기를 다룬 ‘가문의 영광’은 유동근의 연기 변신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아직도 대중의 뇌리 속엔 ‘유동근’하면 드라마 ‘명성황후’에서 근엄한 대원군의 모습이나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의 서슬 퍼런 왕의 모습이 남아있고, 혹은 드라마 ‘애인’에서 보여줬던 부드러운 멜로 연기가 생각나겠지만 이번 영화에선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무식하고 상스러운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유동근이 맞나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변신이다.
애초에 영화사에서는 무식한 건달 보스 역을 그가 수락하리라곤 기대하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박영규, 정진영 등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실제로 캐스팅 단계에 이르렀을 즈음 의외로 시나리오를 읽어본 유동근 측으로부터 출연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첫 대본 연습이 있던 날, 다른 연기자들과 스태프들은 점잖은 이미지의 유동근에게서 나오는 예측 불허의 코믹 연기에 모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철저하게 대본을 연구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캐릭터를 설정하는 그의 열성으로 수차례 시나리오가 수정됐고, 촬영 현장에서도 애드리브로 분위기를 압도해 이미 흥행 대박을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두사부 일체’로 코믹 연기의 내공을 보여준 정준호와 드라마, 광고를 통해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김정은 사이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사랑 소동은 유동근의 가세로 인해 엄청난 웃음의 위력이 배가됐다니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언제 봐도 귀엽고 순수한 이미지의 매력남 차태현이 이은주와 손예진이라는 두 여배우를 좌우에 거느리는(?) 행운을 잡은 영화는 바로 ‘연애소설’이다. 대중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차태현의 ‘명랑연기’는 이번에도 극 전체를 끌고 나가는 힘이 되고 있다. 첫 눈에 반해버린 청순가련형의 손예진과 늘 친구처럼 느꼈던 편안한 여자 이은주 사이에서 갈등하는 차태현의 모습은 일반적인 무겁고 답답한 일반적인 삼각관계 보다 훨씬 더 귀엽고 앙증맞다.
요즘 차태현은 ‘연애소설’의 홍보 때문에 하루에도 최소한 3∼4 개의 스케줄을 소화하며 TV와 라디오, 잡지까지 종횡무진으로 누비고 다닌다. 영화 홍보를 위해서라면 어떤 프로그램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수더분함 때문에 ‘연애소설’의 제작사는 요즘 한껏 고무돼 있다.
지난주 ‘연애 소설’의 시사회에는 안재욱, 이미연 등의 선배 연기자들은 물론 평소 차태현과 절친한 ‘용띠 클럽’ 멤버인 장혁, 홍경인, 김종국 등이 찾아와 축하해줬다. 같은 날 시사회를 연 라이벌(?) 영화 ‘가문의 영광’의 주인공 정준호에게도 무심코 시사회 초청 메시지를 보냈다며 해죽 웃는 그의 모습은 역시 귀여웠다.
‘신비 소녀’ 임은경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그녀의 이미지처럼 영화 역시 신비주의를 내세운 탓인지 일반에 잘 공개되지 않고 있다.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쓰는 바람에 잘못하면 제작사와 투자사에게 ‘재난 영화’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지만 ‘꽃잎’과 ‘거짓말’ 등을 만들었던 장선우 감독의 내공을 믿는 사람들은 의외의 대박을 점치고 있기도 하다.
올 추석 극장가에서 이들의 파이팅을 기대해본다.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